최근 김주희 SBS 아나운서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 출전 때문에 말들이 많다. 며칠 전 김주희 아나운서가 미스 유니버스 대회 과정에서 찍은 비키니 수영복 사진이 공개되는 바람에 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논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조인스닷컴 홈페이지에 게시된 JES 김성의 기자의 기사를 보면 네티즌들이 ‘김씨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보고 나니 앞으로 김씨가 뉴스 진행할 때 계속 수영복 사진 생각이 날 것’이라며 당황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현직 아나운서가 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에 출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견해를 드러내는 쪽과 ‘여성 방송인이 국제적 행사에서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데 뭐가 문제냐’라며 대립하는 쪽으로 갈려 갑론을박을 거듭중이라고 한다.
미스 유니버스 출전이 왜 나쁜가
나는 김씨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김씨가 뉴스를 진행할 때 김씨의 비키니 사진이 떠오를 것이라며 당황해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당황해 할 것 없다. 그게 무슨 당황할 만큼의 사안인가. 사람은 누구나 수영복을 입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해 안되는 논리는 현직 아나운서가 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에 출전하면 안된다는 논리다. 미인대회가 성을 상품화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현직 아나운서가 미인대회에 출전하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아나운서도 직장인이다. 아나운서는 공직자도 아니다. 김씨는 국영방송이나 공영방송의 아나운서가 아니라 민영방송 SBS의 아나운서다. 현직 아나운서는 미인대회에 출전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마치 현직 아나운서를 무슨 공직자나 엄청난 사회 지도층 인사로 분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직 아나운서 가운데는 유명세를 쌓고 사회적 영향력이 검증되어 대단한 오피니언 리더로 인정받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김씨를 대단한 오피니언 리더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또한 아나운서가 미인대회에 출전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아나운서를 일종의 공인으로 취급하고 미인대회 출전행위 자체를 무슨 잘못된 행동처럼 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미인대회가 성을 상품화하므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사실상 성을 상품화하는 텔레비전 광고와 같은 것들은 모두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은 상품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런 행위를 모두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법의 한계나 절대 다수의 대중이 공감할 정도의 도덕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미인대회를 보는 부정적 시선
한편 미인대회가 성을 상품화하고 남성 우월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연예계로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계속 생기고 대중이 볼 때 미스코리아가 연예인들이나 다른 대중적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미모를 그리 썩 능가하지 못하는 면을 보임으로서 미스코리아 대회는 꾸준히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결국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공중파 중계도 안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미스코리아는 여전히 권위가 있다. 한국 제일의 미인을 선발한다는 이름대로 미스코리아 입상권 안에 드는 여성들은 적어도 보통 수준은 훨씬 넘는 여성들인 경우가 많다.
다만 주로 진보성향의 여성들로 보이는 여성단체들은 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미인대회가 남성들 입맛에 맞는 왜곡된 미인상을 고착시키고 성을 상품화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재미있는 것은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중파 중계를 못할 만큼 쇠락해가는 과정이 한국 사회에서 보수이념이 퇴조하고 중도-진보 이념이 득세해가는 과정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왜곡된 미인상을 고착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스코리아 대회는 일종의 고정적인 미인상을 고착시키는데 다소 기여 할 따름이다. 우리가 흔히 바비인형에서 볼 수 있는 미인상이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차피 바비인형은 여성들도 아름답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어차피 성의 상품화는 현행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일 뿐이다.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 상술로 어떤 형태로든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란 이야기다.
미스코리아 대회 비판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행동
내가 볼 때 미스코리아 대회 비판이나 김씨의 미스 유니버스 출전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행동이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없어져도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미스코리아 대회와 유사한 이벤트는 계속 자연스럽게 생긴다. 마찬가지로 현직 아나운서가 어떻게 미인대회에 출전하냐는 식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논리로 이야기하자면 학업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현행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는 여성들은 주로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이 아닌가. 더군다나 올해 미스서울 선발과정에서 보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거 선발되었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의사나 학문을 통해 세상을 선도하는 대학교수들도 상업광고에 출연하면 안 될 것이다. 상업광고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의사나 교수들이 상업광고에 출연하면 대중이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와 교수의 광고 출연을 막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정리하면 미인대회 자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김씨의 미스유니버스 출전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도 민주사회에서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진보적 경향을 갖고 있는 이들로 보이는 그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인간의 본능을 억압하며 규제를 양산해 다른 시민들의 편익을 줄이고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은 이미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경직된 금기는 보수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일부 보수층에서 내세우는 과도한 반공주의적 주장이 대중의 반발로 사실상 힘을 잃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부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대두된 공허한 평등론도 대중의 반발로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미는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으니 미스코리아 대회와 같은 미인대회는 곧 나쁜 것이며 남성만의 미인상을 합리화하고 성을 상품화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진보좌파들의 시각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 칠순 노파도 아름다울 수 있고 장애를 가진 중년의 주부도 아름다울 수 있으며 발랄한 20대 처녀도 아름다울 수 있다. 그들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이런 저마다의 아름다움에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그것을 남성들이 즐기며 다른 여자들이 그것을 따라해야 한다고 암묵적 압력을 가하는 것 자체가 불쾌한 것이다.
결국 이런 식의 시각은 곧 새로운 권력으로 변화되었고 그 권력은 미스코리아 대회를 쇠락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권력에 김씨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아나운서는 모름지기 조신해야 한다는 식의 엄숙주의적 관행에도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결국 용기있는 사람이 승리하고 세상을 바꾼다. 나는 용기있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나는 김주희 아나운서가 좋다. 용기있는 여자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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