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爲胡蝶(꿈에서 나비가 되다)
사고로 손발을 잃은 사람이 있지도 않은 손발의 아픔이나 가려움을 실감하는 ‘幻肢’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환각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아픔이나 가려움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뇌의 신경회로가 혼선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환지를 느끼는 사람은 손발을 잃고도 뇌 속에 그에 대응하는 신경회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손발이 존재하는 듯한 질감을 계속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손가락이나 발가락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느낄 만큼 현실적이고 기묘한 감각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손발을 잃지 않은 건강한 사람도 손발의 질감을 손발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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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자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보니 다시 장자가 되었다.
장자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장자와 나비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일러 物化(만물의 변화)라고 한다
- “장자”의 제물론편
나비나 나방은 예로부터 어느 민족에서나 ‘이승과 저승의 경계’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나비가 공중에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고치에서 나비가 나와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사람의 육신에서 영혼이 떠나가는 모습을 연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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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대로 꿈을 꾸는 기술을 명석몽(明晰夢)이라고 합니다.
명석몽에서는 왕이 되거나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그 질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약에 의한 환각과는 달리 부작용이나 중독증의 염려도 없고 비용조차 들지 않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겠지요.
명석몽은 적절한 훈련만 하면 누구나 꿀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말레이 반도에 사는 원주민 ‘세마이족’은 전통적인 정신훈련법을 통해 거의 모두가 명석몽을 꿀 수 있다고 합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기도 하고, 왕이 되기도 하고, 밤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명석몽을 꾸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좀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예술에 심취해 보는 것입니다.
훌륭한 예술은 문학이든, 영화든, 생생하고 감미로운 질감을 우리에게 선사해줍니다.
“인간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듯이 언젠가는 불노불사(不老不死)의 꿈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문명이나 과학에 대해 그리 낙관적인 편은 아니지만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능력중 하나라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 “동양고전에게 길을 묻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