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설왕설래
세종시 수정안발표를 놓고 사방이 어수선하다.
누구보다도 정치적으로 접근하여 공약때 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하여 뜻밖에 너무 정치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했고
“세종시 원안수정은 정치적 차원이 아니고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적 차원인데 이렇게 가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도무지 흔들리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약속 어기고 신뢰만 잃는다”고 요지부동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하여
“버스 운전사가 당초 준 지도대로 길을 가다보니 밑이 낭떠러지라서 승객에게 물어 더 좋은 길로 가려는 것과 같다”라는 비유를 하자
박근혜 전대표는
“잘못된 생각이다. 버스 운전사만 낭떠러지를 봤다고 하고 승객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며 일침을 놓는다.
어떤 충청도 대전시민은 이런 볼멘소리도 한다.
“당초에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묻지도 않고 자기들만의 결정으로 수도를 옮긴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또 여전히 묻지도 않고 빼간다고 난리를 친다.”
정몽준대표와 박근혜전대표는 “미생지신”이란 고사를 가지고 한바탕 한다.
한쪽은 쓸데없는 명목(名目)에 구애되어 소중한 것을 잃는다고 비판했고 다른 한쪽은 신의있는 사람의 본보기가 미생이라며 신의를 지키라며 훈계한다.
미생지신 얘기....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 : 尾生高)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는 사나이였다.
어느 날 미생은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정시에 약속 장소에 나갔으나 웬일인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이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개울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 장소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교각을 끌어안은 채 익사하고 말았다.
“미생은 믿음으로써 여자와 더불어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기약하고, 여자가 오지 않자, 물이 밀려와도 떠나지 않아, 기둥을 끌어안고서 죽었다.”
전국시대 소진(蘇秦)은 연나라 소왕(昭王)을 설파할 때, 신의 있는 사람의 본보기로 앞에 소개한 미생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같은 전국시대를 살다간 莊子의 견해는 그와 반대로 부정적이었다.
그의 저술서《莊子》에서 근엄 그 자체인 孔子와 대화를 나누는 유명한 도둑 도척의 입을 통해서 미생을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인간은 책형 (죄인을 기둥에 묶고 창으로 찔러 죽이던 형벌)
당한 개나 물에 떠내려간 돼지 아니면 쪽박을 들고 빌어먹는 거지와 마찬가지다.
쓸데없는 명목(名目)에 구애되어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인간은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놈이다.
정몽준이 장자(莊子)편에 섰다면 박근혜는 소진(蘇秦)의 견해로 맞대응 한다.
도덕경 제60장에 “治大國 若烹小鮮”이라는 말이 있다
“군주는 나라를 통치하는 데 있어서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조그마한 생선을 구울 때 자꾸 이리저리 뒤집게 되면 보기 흉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대국을 통치할 때에도 법령을 수시로 바꾸게 되면 백성들만 고통을 받게 되는 일이다
따라서 도를 터득한 군주는 안정을 중요시 여겨 법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노자는 말하기를 대국을 다스리는 일은 조그마한 생선을 굽는 일과 같이 조용히 천천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말한다.
논어의 이런 얘기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
(조정막여작 향당막여치 보세장민막여덕)”
“조정에서는 벼슬이 제일이고 마을에서는 나이가 최고다.
그리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德이 제일 중요하다.“
이번 일이 시끄러운 이유는 지도자의 접근방식이 잘못된 것이라 여겨진다.
문제의 본질은 세종시 수정안의 옳고 그름의 문제,
즉 “是非의 문제”가 아니라 해법에 있어서
德스러움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잘못된 결정에 동조했던 과거에 대한 진솔한 사과,
수정안의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설명과 국민적 합의,
그리고 수정안 발표의 순으로 진행되었어야 올바른 순서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