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건강비결
善攝生者以其無死地 선섭생자이기무사지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죽음의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
貴生死地 귀생사지
편안하게 사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攝生의 攝은 집착을 줄이고 억제하는 것이다.
거친 음식 먹고 조금은 춥고 힘들게 사는 것이 인간의 생명을 최적화 시킬 수 있다.
내 몸을 귀하게 여겨 좋은 옷 입고 좋은 차타고 좋은 곳에서 자게 하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일일까 ?
대추나무에 대추를 많이 열리게 하려면 염소를 묶어 나무를 괴롭히거나
또는 그 나무를 자꾸 두들겨 패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대추나무가 긴장을 하여 대추를 많이 열고 자손 번성시키려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고 한다.
물질의 풍요와 편리함이 내 몸을 死地로 몰아 녛으며 내 몸을 적당히 괴롭혀야만
그것이 오히려 내 몸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편안하고 배부르고 따뜻한 곳이 오히려 죽음의 땅이 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유럽에 여행가서 호텔에 하룻밤 머물고 그래도 괜찮은 호텔 같은데 잠자리가 왜 이리 썰렁한가 하고 한동안 의아해 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조금 썰렁하게 자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아서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들은 예전에 너무 춥게 살아온 기억 때문에 아파트 실내온도를 너무 높여 겨울에도 집이 더워서 반팔 차림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에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하니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평생을 바쁘게 살아오신 나의 부친께서는 올해로 87세가 되셨다.
米壽, 望百을 목전에 두고 계시지만 아직도 거동이 자유로우시며 건강하시다.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
내가 보기에는 평생 일을 하셨고 지금도 바쁘게 활동하시며 당신 몸을 적당히 괴롭히며 살아가시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매일 아침 8시쯤 조반을 손수해서 드시고 마을 산책으로 운동을 하신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시며 방산시장까지 매일 출근하셔서 친구 분들과 만나 이런저런 담소 나누시고 함께 놀이도 즐기시고 시장 순대국밥 집에서 함께 저녁도 드신다. 돌아가며 밥값 부담하시고 ..........
그리고 해떨어지면 지하철로 귀가하시고 바쁘신 하루를 마감하신다.
지하철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시는 일이 힘드실 텐데 하루도 빠뜨리지 않으시는 일과가 되셨다.
어쩌다 하루 결근 (?) 하시게 되면 전화통에 불이 난다고 하신다.
감기 걸리셨는지, 어디가 편찮으신지 친구들이 빗발치게 물어오는 통에 웬만큼 아프면 그냥 일어나셔서 약이라도 드시고 나가시는 것이 낫지 그냥 짐에 계시면 오히려 더 힘이 드신다고 하신다.
부친 말씀 듣고 있을 때에는 遠親不如近隣이라고 멀리 있는 친척보다 오히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더 낫다는 말이 실감이 나고 바쁘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6세 때인 1930년에 일본 오오사카로 건너가셔서 소학교부터 우유배달 잡지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시며 중등부 6년을 마치셨고 지금도 오오사카 골목길이 서울 골목길보다 익숙하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지금의 오오사카는 많이 변해 있을 테지만)
일본해군으로 복무하시다가 1945년 해방이 되자 조국에 돌아오시고
조국에서도 6.25 참전용사가 되셔서 또 군복무를 하셨던 아버님.
평생을 바쁘게 일하셨고 지금 米壽, 望百을 목전에 두신 노령이시면서도 하루종일 바쁘게 활동하시는 아버님을 뵈면 몸은 귀하게 여길수록 더욱 나빠지며 오히려 내 몸을 적당히 괴롭히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고 생을 위해 이롭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