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내 아버님

아버님 휴대폰 알람

아치울잡초 2011. 11. 29. 11:30

 

 

 

 

아버님 연세 87세

오후 4시가 되면 기력이 떨어지셔서

보이는 사물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신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아득한 느낌이 들어

바로 눈앞에 주전자를 두고도 주전자인지

다른 무엇인지 판단을 못하게 되신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한 시간쯤 그렇게 혼미한 상태가 지속되다가

차츰 정신이 들게 되는데 그런 증상이 거의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다.

아마 나이 들어 기력이 쇠잔해져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증상일거라 하시며

이렇게 진행 되다가 정신 줄을 놓고

세상 하직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냐며 걱정하신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빵이며 초코렛 등 무엇인가 조금만 드시게 되면

그런 증상이 없어진다고 하신다.

그래서 주머니에 빵이나 과자 등 간식거리를 지니고 계시다가

오후 4시가 되면 꺼내 드신다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자주 그 일을 잊어버리고 지나치시게 되어 혹시 변고가 일어날까 염려된다 하신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놨는데

주변 사람들도 자기 일이 아니니 자주 잊어버리게 되어

가끔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생겨서 고생한 적이 있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항상 아버님 곁에 있을 수 없는 우리들,

아버님 핸드폰에다 오후4시 알람을 설정해 놓고

핸드폰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니고 계시라는 당부를 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