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風水등/漢詩·漢文

"송인" 그리고"송원이사안서"

아치울잡초 2011. 12. 17. 12:30

 

 

 

       “送人”       鄭知常

 

雨 歇 長 堤 草 色

送 君 南 浦 動 悲

大 同 江 水 何 時 盡

別 淚 年 年 添 綠

 

우헐장제초색다 송군남포동비가

대동강수하시진 별루년년첨록파

 

비 개인 긴 언덕에 풀빛이 짙은데

임을 보내는 남포에는 슬픈 노래가 일어난다.

대동강 물은 언제나 다 마를까?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위에 더하는 것을

 

【 作者 】鄭知常정지상(?~1135)고려 인종 때 文臣문신이며, 호가 南湖남호이고, 1114년(예종9년)에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고려 12시인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수도를 서경(평양)으로 옮길 것과 금나라를 정벌하고 고려의 왕도 황제로 칭할 것을 주장한 妙淸묘청의 난에가담하여 김부식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대동강에서 사랑하는 임을 보내며

 

이 詩는 일명 ‘送人’송인 이라고 하며, 대동강 변 남포에서 다정한 임을 보내며 지은 것으로 가슴 아픈 이별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봄이다. 봄비가 멈추자 긴 강둑의 풀이 파릇파릇 돋아 봄날의 정취와 생기발랄함을 더하고 있다.

 

사랑하는 임과 강가를 거닐며 부푼 꿈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설계하며 봄을 만끽해야 하는데, 오히려 나는 지금 이곳 남포에서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어디선가 멀리 강나루에서 은은히 울려 퍼지는 뱃노래의 구슬픈 가락이 가슴에 와 부딪치는데, 나도 모르게 임을 보내는 슬픈 悲歌비가 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갑자기 반전하여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다 마를까?’라고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강물이 다 마른다니 이 무슨 말인가?

이어서 마지막 구절로 눈을 돌리면 의문이 곧 풀리게 된다.

이곳에서 해마다 戀人연인들이 석별의 아쉬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이 눈물이 대동강 물에 보태어져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별의 눈물 때문에 강물이 다 마르지 않는다는 과장법이 참으로 기발하며 과장을 넘어 이별의 슬픔이 깊은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이 詩는 우리 한시 중 送別詩송별시의 최고로 꼽히며, 중국 당나라 왕유의 ‘送元二使安西’송원이사안서와 그 이름을 함께 한다.

 

명나라 사신이 평양을 지날 때 찾는 명소가 부벽루인데, 이때 부벽루 위에 걸려있는 다른 詩들을 다 치우고

오직 이 ‘送人’만 걸어 놓았다고 한다.

중국 사신들조차 이를 보고 神品신품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送元二使安西 (송원이사안서)  왕유(王維)

渭城朝雨浥輕    (위성조우읍경진)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청청류색신)

勸君更進一杯酒    (권군갱진일배주)

西出陽關    (서출양관무고인)

 

     ‘안서로 가는 원이를 보내다’

 

위성의 아침에 비 내려 먼지를 적시고

푸르고 푸른 객사에 버들잎 새로워라

그대에게 권하여 또 한잔 술을 올리노니

서쪽 양관을 떠나면 옛 친구 아무도 없으리.

 

이 시는 왕유가 지은 시로 친구와의 이별의 아쉬움을 읊은 이별곡의 대표적 작품으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원씨 성을 가진 친구가 안서 지방으로 떠나는 것을 위성 지방에서, 전송하는 내용이다.

결구에서 양관을 이별의 배경으로 설정하여, <양관곡(陽關曲)>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1구를 보자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위성의 아침에 비 내리려 먼지를 적시고   <渭城>은 진나라 수도 함양(咸陽)을 뜻하며, 한나라 때에 위성(渭城)이라 불렀다.

장안과 위수를 마주보는 해안도시로서 당나라 때는 서북쪽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송별하였다고 한다.

<朝雨>는 <아침(朝)에 내리는 비(雨)>이다.

아침에 내리는 비는 사실은 불편하고 성가신 비다.

그러나 건조한 곳이나 건조한 지역에서는 먼지를 적시는 반가운 비일 것이다.

<浥輕塵>은 <가벼운(輕) 먼지(塵)를 적신다(浥)>이다.

<浥>은 동사로서 “적시다, 축축해지다.”의 뜻이다.

1구는 이별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배경을 표현했다.

장소는 위성이고 시간의 아침이 조금 지난 즈음이다.

여기서 “아침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신다”고 한 것은 친구가 떠나는 길이 다행스럽게도 평소에는 먼지가 많은 길이 오늘은 아침부터 먼지를 적실 정도의 비만 내려 먼지 없는 쾌적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친구는 먼지를 맞지 않고 떠나게 되어 다행하다는 숨은 의미를 드러낸다.

 

2구를 보자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류색신)

푸르고 푸른 객사에 버들잎 새로워라

 

<客舍>는 <나그네(客)가 거처하는 집(舍)>이다. “나그네의 숙소”를 뜻한다.

<靑靑>은 <푸르고(靑) 푸른다(靑)>이다. “맑고 푸른 것”을 뜻한다.

여기서는 객사 주변의 강이 푸르다는 것인지 날씨가 푸르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柳色新><버드나무(柳) 빛(色)이 새롭다(新)>이다.

맑은 날씨에 버드나무의 색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2구도 이별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공간적 환경적 배경을 구체화하고 있다.

날씨는 맑아서 객사가 위치한 곳이 푸르게 보이고, 그 주변의 버드나무는 그 빛이 더욱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길 떠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비가 오면 길 떠나는 사람에게 얼마나 불편할 것이며,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걱정이 될 것인가.

그리고 버들잎마저 선명하게 푸르니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은 밝은 마음으로 이별할 수 있을 좋은 날씨인 것이다.

물론 이 푸른 버들로 인해 보낸 뒤에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해져 괴로워지는 문제는 차후의 일이다.

 

3구를 보자

勸君更進一杯酒(권군갱진일배주)

그대에게 권하여 또 한잔 술을 올리노니

 

<勸君>은 <그대(君)에게 권한다(勸)>이다.

<更進>은 <다시(更) 권하다(進)>이다. <更>이 “고치다”의 뜻으로 쓰이면 “경”으로 읽어야한다.

여기서는 “다시”라는 뜻이므로 “갱”으로 읽는다.

<一杯酒><한(一) 잔(杯)의 술(酒)>이다.

3구는 이별에 임해서 보내는 이의 정의 표현으로서 술을 한잔 더 권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술을 권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 상황은 친구는 떠나기 싫어도 떠나지 않을 수 없고,나는 보내기 싫어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왜 떠나야 하는지 그 말 못할 두 사람의 속내를 우리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두 사람도 그 이야기를 묻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술을 한잔 더 권하는 것이다.

가지 말라 말 못하고, 가지 않겠다 시원히 말 못하는 그들이다.

제발 무사히 목적지에 가고 행복하거라.

그리고 지금처럼 다시 만나 술을 마시며 마음 터놓고 웃으며 이야기 하자꾸나.

그런 심정에서 보내는 이는 술을 더 권하고 있는 것이다.

 

술은 과학적으로는 알콜이 작용하여 신경의 자각 현상을 둔하게 함으로써 자세한 생각이나 감정을 덜 느끼게 하고 자을 신경의 통제를 다소 불완전하게 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정서적으로는 상대방의 다소 무리하거나 비이성적 행위에 대해서도 그대로 묵과함으로써 남에게 관대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또 내면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말하게 함으로써 솔직한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은 마신 후 단 시간 내에 에너지를 체내에 공급함으로써 술 마신 사람의 체력의 회복을 빠르게 하고 알 수 없는 힘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예부터 정신적 긴장과 근심을 잠시 풀어준다는 점에서 애호되고 찬미되어 왔다.

그래서 작가는 술을 마심으로써 이별의 슬픔을 잊고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술을 더 권하는 것이다.

 

4구를 보자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서쪽으로 양관을 떠나면 옛 친구 아무도 없으리. <西出>은 <서쪽으로(西) 나가다(出)>이다.

<陽關>은 지명으로, 현재의 감숙성 돈황현 서남쪽에 있는 “국경관문”이다.

국경을 넘는 이별은 먼 이별, 기약 없는 이별이 되기 쉽다.

<無故人><친구(故人)가 없다(無)>이다.

4구에서는 자신이 술을 권하는 이유를 덧붙여 자신의 우려와 마음 속 정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떠나는 친구가 서쪽으로 국경을 나가면 당분간 친구가 없어 대단히 쓸쓸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 속 마음이 확인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속 마음을 쉽게 알 수도 없는 법이다.

그리고 그곳은 외진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네가 새로운 곳에서 향수를 느끼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는 언제나 나를 생각하라.

나는 언제고 너의 변하지 않는 친구로 술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뜻’까지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