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아치울잡초 2012. 4. 9. 09:44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지난주 토요일 공무원 입사동기 여식 혼사가 있었다.

1975년에 만난 동기들 12명중 9명이 모였다.

나 혼자만 60대 초반이고 모두 60대 중반 정도가 되었으니

거의 현직 은퇴하였고 그중 한둘만 중개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입사 당시 막내였지만 그로부터 이미 40년의 세월이 흘러가 버려

이제 내 나이 이순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내가 막내일 수 밖에 없냐고

만나면 늘 불평을 하는데 그럼 자기들이 막내하겠다고 관대하게 나서지만 변하는 건 없다.

 

결혼식이 끝나고 모인 김에 호프집에서 동기들이 따로 회합을 가졌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또는 이야기가 통한다고 여겨서 그랬는지

하두 말들이 많아서 앉아 있기기 너무 힘들 정도였다.

 

대부분 과거에 어느 부서에 근무했을 때 이런 저런 일을 본인이 멋들어지게 수행해 냈다든가,

서로가 알만한 상사의 취향이나 버릇에 대한 의견이나 정보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과거지사고 부질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기사 우리 일상도 부질없는 일에 대부분 메여 살지만

아무튼 예전보다 훨씬 수다스러워졌고 나이 들면 양기가 위로 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나이 들어 그런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온통 과거지사 자신의 무용담으로 시끌시끌했고

그 대화 속으로 끼어들어 무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일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났는데 자기가 겪은 과거사에 대하여 입을 열기보다는

현재 앞에 앉아있는 친구의 근황을 묻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나이 들었다고 이제는 미래인생에 대한 계획은 다 제껴 놓았나?

 

‘多言數窮不如守中 다언삭궁불여수중’이라고

‘말이 많아지면 자주 궁해지니 오히려 중심을 지키고 있는것만 못하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중개업을 하여 요즘 제법 잘 나간다는 강00회원이 시종일관 한마디 하지 않고 듣기만 하더니

화장실 다녀오며 소리 없이 카운터로 접근, 계산을 끝내고 왔다고 한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를 실천한다.

歲以到暮 勿開口言 爲開紙匣

(세이도모 물개구언 위개지갑)

※ 내 멋대로 한문표기를 해본다.

 

나이가 들면 왜 말들이 많아질까?

진중하게 듣기만 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잠시 잊어서 그런가?

반가운 동기들 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할 말은 너무나 많고

그래서 또 다음 모임을 계획하며 아쉬움 속에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