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여행
올해로서 환갑이 되는 용띠 친구 네 가족 부부가 합동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계절이 가장 좋다는 5월에 제주도를 다녀오기로
벌써 서너달 전에 모임에서 계획을 했었는데 그 당시 나는 다른 제안을 했었다.
‘널따랗고 품격 있는 음식점을 빌려서 환갑잔치를 하되 한복 갖춰 입고
직계비속인 아들 딸, 손자, 손녀 그리고 며느리, 사위만 참여시키자.
우리 멤버 아들인 준명이가 마당놀이를 하니까 그 녀석의 친구들 동원하면
경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창’이며 ‘민요’도 잘할 것이고
‘가야금’ 가락에다 장구소리에 맞추어
친구들끼리 어깨동무하고 덩실덩실 춤추고 노래하며
자식들 절을 받고 올리는 술이나 받으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자.
그렇게 하는 것이 환갑잔치 모양도 나고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가족의 소중함도 깨달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아이들이 미국에 살고 싱가포르에 살고 하는데
어디 그렇게 쉽게 건너올 수 있겠냐며 여럿이 말려서 성사되지 못하고
제주도 부부동반 합동여행으로 결론이 났었다.
성산일출봉, 정방폭포, 한립공원, 애월 해안도로, 올레길 여기저기 등
2박3일동안 제주도에 있는 관광지를 열심히 찾아다녔고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생선회에 오분작 찌개 그리고 오메기떡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맛집이란 맛집은 모조리 찾아 다녔다.
서로 흉허물 없는 어릴 적 친구들과 12인승 버스에 함께 타고
하루 종일 구경하며, 떠들어 가며, 먹어가며 정말 즐거운 여행을 경험했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날 다시 함께 오자고 약속까지 했다.
사실 요즈음 세태가 환갑이라고 해봤자
어른으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철부지 같이 사리분별도 못하여 치기어린 행동으로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되는 일이
왕왕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환갑쯤 되는 나이가 되면
오십에 지천명, 육십에 이순이라고,
천명을 살피며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으로 사회의 어른구실을 해야 하고
자식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는 어른들을 대접하는 의미에서
환갑이다, 칠순이다 잔치를 열어 축하를 해드리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 내 잔치 내가 계획하여 내 수고 내가 치하하자니 민망하다 싶어
훌쩍 여행이나 다녀오게 되는가 싶다.
그렇게 신나게 나의 제주도 환갑여행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환갑잔치, 그 잔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십년지나 칠십 되면 반드시 뻐근하게 잔칫상 받아 보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