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 스마트폰을 장만하며

아치울잡초 2012. 6. 14. 11:53

 

 老眼에 접어드니 핸드폰 문자를 보려면 돋보기를 꺼내 장착을 하고

인상을 찌그려가며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나의 모습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부담을 많이 갖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핸드폰 사용빈도를 죄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 내 생각이고

통화와 문자 송수신이 내가 가진 핸드폰 역할의 전부가 되었다.

초등학생까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지만

 ‘스마트폰 있어봐야 기껏 통화나 문자 송수신하는 것이 전부인데

굳이 장만해야 하겠나?’ 라며 계속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五色令人目盲 오색영인목맹이요,

五音令人耳聾 오음영인이농이라 했다.

요란한 여러 가지 색들이 사람을 소경으로 만들고

여러 가지 소리들이 사람을 귀머거리로 만든다는 말이다.

 

기능 많고 요란 떨어봐야 눈과 귀에 별로 도움될 것이 없다는 이 말을

내가 스마트폰 장만하는 일을 점점 늦추게 만드는 핑계로 삼았다.

출퇴근길에는 사람들이 온통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는 더구나 연로하신 분들이 드물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예외가 없으며 눈감고 자는 사람 빼면

모두가 이어폰끼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개중에는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어서

강의를 듣는지, 음악을 듣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 눈이 빠져라고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흘낏 곁눈질해 보면

별로 신통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일일드라마, 스포츠를 보는 사람, 벽돌깨기 게임하는 사람,

그리고 ‘카톡’으로 한담을 나누거나

집게손가락으로 부지런히 넘기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지하철에 오르거나 내릴 때도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앞사람과 부딪치기도 하며

심지어는 대로변 횡단보도 건널 때에도 이어폰끼고 들여다보고 건너는 모습을 보면

귀머거리 소경이 횡단보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 나는 스마트폰 제일 늦게 장만하자,

그 뭐 잘 보이지도 않는데 눈 찌그려 감고 들여다 볼일 있겠나?’

 

그런데 며칠 전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내가 KT 고객인데 요금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내주시고

통신사도 절대 바꾸지 않아 그 중에서도 우수고객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6월 한달은 행사기간이고 KT에서는 우수고객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를 공짜로 주는데 약정기간 2년간

지금처럼 착실하게 통화료만 내면 되니까 그리고 놓치면 후회하게 될 거니까

주소 알려주면 공짜로 부쳐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귀머거리, 소경이 싫어서 갤럭시파이브, 식스나 나오면

그때가서 생각해보고 그래도 주변사람들 다 장만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사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그 전화 한통 받고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선 퇴근하여 현관문 들어오는 딸내미를 잡고 물었다.

‘야! 이만저만해서 갤럭시 노트를 공짜로 준다는데

약정요금 6만2천원이란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아빠! 그거 좋은 기회야, 집으로 부쳐달라고 해!’

‘야! 임마! 네 회사 사장이 나와 동갑인데 그 나이에는 기껏

골프장 날씨나 살피지 사실은 스마트폰이 불필요 한 거 같다고 했잖아?’

‘아니 아빠! 내가 써 보니까 몰라서 그렇지 꼭 있어야겠더라!

좋은점이 많아! 부쳐 달라고 해!’

 

평소 스마트폰이 뭐 필요하냐고 하던 아내도 곁에서 듣더니

딸이 그렇게 나오니까 대세에 순응하려는지 반대하는 기색이 없다.

 

한사람에게 더 자문을 받고자

고색창연한 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물었더니

누굴 기다리거나 짬날 때 실시간 뉴스가 나와서 좋고

더우기 핸드폰보다 오히려 글씨도 크게 나와서 좋다고 한다.

 

방침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야겠다.

戰勝不復 應形於無窮 전승불복 응형어무궁

전쟁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무궁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 자신에게는 참으로 좋은 핑계거리가 되는 내용이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스마트폰 부쳐달라고 했다.

 

아무튼 오늘하루 또 앞서가며 살지 못하고 끌려가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