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갑연 단상 (回甲宴 斷想)
올해는 임진년 그리고 용띠인 나의 회갑년,
그래서 지금까지 회갑 상을 네 번 받았다.
떼를 써서 두 번, 그리고 떼를 아니 쓰고 당당하게 두 번.
한번은 자식들에게서 여비를 지원받아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고
또 한번은 고등학교 후배 녀석들에게 부담시키면서 까페를 전세내어 신명나는 놀이판을 즐겼고
세 번째는 생일날 전야제로 뷔페에서 직계존비속 초대하여 이브닝파티를 즐겼으며
생일날 당일에는 친구에게서 떡케익을 선물 받아 마누라가 차려주는 생일밥상과 함께 받았다.
세상 경기도 안 좋다하니 이쯤에서 접고 이젠 좀 조용히 지내려 하니
한편으로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사실 요즘 회갑나이면 철도 안 들었을 텐데 무슨 잔치냐고들 하지만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모여 벌이는 그 이벤트는 그저 대접만 받는 그런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이를 자꾸 되짚어 보게 되고 어른의 역할,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그런 자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세상은 창조의 질서와 무관하게 온통 구별 없이 뒤섞여 있는 듯 하다.
길가는 젊은이 자세히 살펴봐도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 안되고
식당에 가면 서빙하는 젊은이들도 온통 사내들로 바뀌었고
음식도 퓨전이라는 이름아래 서양식, 동양식 구별이 없고
복부근육 식스팩 자랑한다며 남녀가 구별 없이 배꼽 내놓고 힘주고 있고
설거지 및 육아는 오래전부터 남자여자 구별이 없어졌으며
애 낳는 일만 빼고는 남녀지간 역할이며 외양 구별이 안 되니 천지조화는 좋다하나
애 어른 구분이 안 되니 아이처럼 철없는 노인이 넘쳐나고
음식 맛도 퓨전이라서 그런지 네 맛도 내 맛도 아니고
사내는 여성화되어 다소곳하며 허풍이라도 떠는 사내는 희귀해지고
여성은 남성화되어 처음보는 사람 부끄러워 하며 시선 낮추는 일 드물고
지하철 노인에게 자리 비켜주는 젊은이는 찾아볼 수 없고
목소리만 점점 크게 외쳐대어 사방천지가 시끌벅적하고
사회분위기는 어디가서 무엇을 보더라도 천박해지는 것 같고 ........
옛날 어른들은 남녀평등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 하셨는데
요즘 이렇게 이야기하다간 무슨 구닥다리 궤변이냐고 성화나 대지 않을까 싶다.
“평등이라 함이 어찌 산을 깎아 연못을 채우는 것이며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다리에 이은 연후에 평등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긴 것은 긴 것에 맡기고 짧은 것은 짧은 것에 맡기며
높은 곳은 높은데 맡기며 낮은 곳은 낮은데 맡김이 평등이다.
어찌하여 남자가 여자와 같이 귀걸이 하는 것을 평등이라 하겠는가?”
바쁜세상 가족끼리 얼굴 마주하는일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서 회갑잔치라도 여러번 해서
내 스스로는 어른임을 자각하여 언행에 신중함을 기하고
아이들은 공경해야할 어른과 서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음을
반복해서 일깨워 주고 싶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요즘처럼 어려운 세상에
잔치를 그렇게 여러번 하느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겠다 싶어 조심스럽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