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닦아 남을 편안케
어제는 칠순을 앞두고도 여전히 공직에 계신 선배를 만났다.
오히려 한참 후배인 내가 나이 들어서도 직장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기 좋다시며
저녁 한끼 사주시겠다고 하셔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의 집무실에는 ‘修己安人’이라는 편액을 걸어 놓았는데
그 선배님 장인어른께서 직접 써주신 작품이라 하셨다.
‘修己安人’
논어에 있는 글로 ‘자신을 닦아서 남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정말 꼿꼿하게 살아오시면서
어려운 후배들을 두루두루 도와주시며 귀감이 되셔서 존경을 받으시는
그분의 삶과 너무나 어울리는 글 ‘修己安人’이다.
요즘 청문회가 한창인데 ‘修己安人’은 일국의 재상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즐겨 내거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의 행적이나 인격을 살펴볼 때
모두 ‘修己治人’ 남을 다스리겠다고 나온 사람들로 보이지
진정 백성을 편안하게 해줄 ‘修己安人’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보인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열심히 자기를 닦는다.
그러나 열심히 자신을 닦아 오히려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동네 예배당 건물이 나날이 확장되고 그 속에 채워진 신도수도 점점 늘어
주일날 예배시간이 임박하면 주변이 온통 차량행렬로 마비되어
정작 모처럼 휴일이라 차몰고 움직이려는 인근주민들은
짜증스럽고 힘들게 되는 일을 당해보았다.
물론 목사님 설교 듣고 신도들이야 구원 받겠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목사님께서 ‘동네가 불편하니 주일날 예배당 오실 때 대중교통 이용하세요!’
라는 말씀이 더 감동스럽게 다가올 것인데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고,
역시 ‘修己安人’은 공자님 말씀일 뿐 너나없이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가끔은 예외가 있어 세상은 또 그렇게 굴러가게 되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