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홍천에서 전원생활 시작하신 선배님
아치울잡초
2013. 10. 27. 22:40
평생을 공직생활하시며 서울 강남에 거주하시다가
70대 중반을 목전에 두시고 전원생활을 시작하셨다.
홍천군 동면 야트막한 산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지천이 졸졸,
시야가 확 트이고 양지바른 곳
300평 터를 잡아 정남향 35평 다락방 딸린 단층집을 지었다.
거실 한쪽편 전체가 유리창이라 가을빛이 물든 마을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구석구석 정성이 느껴지는 정원은 주택의 품격을 한층 더해 주는 것 같았다.
거북이, 호랑이 형상을 한 조경석에 회양목에 철쭉도 대단했지만
키작은 소나무도 상당히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대문 곁에는 ‘만복’이라는 이름으로 입적된(?) 두달배기 진돗개
좀 늦은 감이 있었고
서울생활 모든 걸 다 내려놓기가 쉽진 않았지만
막상 다 내려놓고 시골에 터를 잡으니 너무나 좋고
왜 진작 그러지 못했었나하며 후회스럽다 하신다.
‘富貴有爭難下水(부귀유쟁난하수)요
林泉無禁可安身(임천무금가안신)이라‘
‘부귀는 다툼이 있어 손 대기 어렵지만
자연은 금함이 없으니 심신이 편안하다‘
라고 읊었던 서화담의 詩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다툼이 있을 리 없고
자연 속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살며 편안함을 누리시던 모습
빛바랜 작업복에 검게 그을린 모습이셨지만
자상함과 배려가 담겨있는 대화 속에서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셨고
인생의 진정성과 깊이가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