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다루기는 정말 힘들어 !
여자 다루기는 정말 힘들어 !
唯女子爲難養也 유여자위난양야
괜한 일 크게 만드는 TV가 화이트데이 선물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어 대더니만
물끄러미 시청하던 아내가 부화뇌동하여 화이트데이라는데 뭐 선물이 없냐며
넌지시 나를 떠 본다.
새파란 애들 하는 이벤트인데
다 큰 자식들보기 남사스럽게 무슨 이야기냐며 퉁을 주었더니
아내는 그냥 해본 소리라는 표정으로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아내의 그간 행태로 보아 가까운 장래 다른 일로 기분 상하면
공연히 이번 일을 들춰 내 앙갚음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내가 요즘 자전거 타다가 무릎 다쳐서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 집에 갇혀 있느라 짜증스런 얼굴인데
자칫하면 파편 튈까 염려되는 마음에 특단의 조치를 하기로 계획하고
퇴근길 백화점에 들러 악세서리 코너를 찾았다.
유달리 머리숱이 많은 아내는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기를 좋아해서
평소 커다란 머리핀을 자주 장만했는데
이번 기회에 아내에게 럭셔리한 머리핀을 한 개 사주고
그것으로 당분간 나를 호신(護身)하기로 했다.
좀 짱짱한 수준의 머리핀을 보여 달라 하자 젊은 판매원의 질문이 쏟아졌다.
마치 친절도 감시를 염두에 둔 것 같은 따발총 식 질문,
선물 받게 될 분의 연세가 얼마냐?
평소 칼라 취향은 어떠냐? 머리카락 색깔은 뭐냐?
선호하는 디자인이 따로 있냐? 등등
친절도 높게 상세하게 묻더니만 대충 대답했더니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마디 더 묻는다.
“무~슨 기념일이라 선물하는 거세요?”
잠시 뜸들이다 대답했다
‘기념은 무슨 기념, 그냥 이뻐서 사 줄라구’
판매원이 의외라는 듯 내 얼굴 빤히 쳐다보더니만 '좋겠다! '라고 한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내밀었더니 금새 얼굴이 환해지며 반색한다.
“우와, 예쁜데? 돈 좀 썼겠네, 당신 웬일이야?”
“그냥 당신 이뻐서!”
아내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한마디 한다.
“역시 당신 최고!”.
唯女子與小人爲難養也 近之則不遜 遠之則怨
유여자여소인위난양야 근지즉불손 원지즉원
‘여자와 소인배는 다루기 힘들어서
너무 가까이 하면 불손해지고 너무 멀리하면 원망한다‘라는
평소 여자와 가까이할 기회가 적었다는 공자님 말씀.
위 말씀대로라면 그리고 공자님께서 요즘 세대에서 살아가신다고 가정하면
아내로부터 원망사지 않기 위해
기념일마다 빠짐없이 선물을 챙기느라 정신없었을 것이고
그만큼 제자에게 소홀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기념일도 아닌데 불쑥 이뻐서 선물 사다 주지는 않았을 성 싶다.
요즘은 기념일이 지천이라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날도 어거지 장삿속으로 정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부부끼리도 꼭 기념해야 할 날들과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날들에 대한
서로간의 인식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혹시라도 불화날까 염려되는 마음에
일단 선물이라고 안기는 관행이 생겨난 것 같다.
이런 행태는 정말 중요한 날이라 꼭 기념해야 할 것에 대한
의미가 반감되는 부작용이 생겨났고
그저 모든 기념일을 귀찮아서 대충 때우고
장사꾼 좋은 일만 시키는 형국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일일이 기억하기 힘든 그 많은 기념일을 나는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다.
그러나 기념일이 아닌데도 나는 공자님과는 달리
그저 아내가 이쁘다고 불쑥 선물을 내밀기도 한다.
우리 일상 하루하루가 모두 기념을 해야 하는 소중한 날이지
소중하지 않은날 어디 있을까 보냐?
기녕일이라 의무적으로 내민다고 생각하고 받는 선물!,
예고 없이 불쑥 그저 이쁘다고 준다는 선물!
선물의 위력이 어떻게 달라질까?
빈도를 줄이고 밀도를 높이기 위한
다분히 작위적인 행태라고도 여겨지지만 무슨 상관이랴?
그저 이뻐서 준다는데!
세월은 흘러가고 이제는 선물과 생활용품의 차이도 모호해져 가고
불쑥선물이라는 행태도 그 빈도가 표시 나게 줄었지만
선물에 민감하던 아내마음도 세상잡사 휘둘려 그만큼 둔감해지는 것을 보면
세상살이 그렇게 살아가기 마련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한 해 몇 번은 ‘불쑥이벤트’를 해야 하며
그때마다 혼자 한마디 한다, 속으로
唯女子爲難養也 유여자위난양야
여자 다루기는 정말 힘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