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비의 이런 속마음을
2년전 신애가 28살적에 신애를 불러다 놓고 한마디 했었다
‘내 친구들 보면 다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낸다고 부산하던데 너는 왜 아직 아무소식이 없냐?’
‘네가 시집가는 일이 비단 너의 일에서 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그건 잘못된 생각이고 자식의 혼사는 당사자만의 일이 아시라 가족의 일이고......’
묵묵히 듣던 신애가 입을 열었다
‘요즘 적령기는 부모님 결혼하던 때와는 달라져서 30세가 적령기이고 친한 친구 보경이며 혜진이 그리고 민정이도 꿈적 않고 있어 지금 나만 시집가서 아줌마 되면 친구들로부터 분명 왕따(?) 당하기 십상인지라 향후 2년 있다가 결혼할 예정이며’
‘그동안 결혼비용도 벌어서 장만하고 배우자도 본인이 알아서 구할것이니 염려 붙들어 매시고 제발 때때로 묻지나 마시라’ 하는 똑 떨어지는 대답을 했었다
그 말 듣고 아내와 나는 아무런 말도 못했고 아내는 그래도 서운했던지 "말하는 뽄새 봐라, 걱정되서 그렇지, 인정머리라고는?ᆢ 물어보지도 못하냐?‘ 라고 한번 내지르고 아내도 그 후로는 더 이상 채근하지 않았었다.
그 후로 얼마 뒤 신애는 아내에게 또 한번 자신의 일방적인 결정내용 통보했다.
‘엄마, 엄마가 잘 아시다시피 내가 몸이 그리 튼튼하지 안잖아, 나는 시집가면 가정과 시댁식구들에게 잘하면서 거기다 직장 일까지 잘해낼 자신이 없어! 그래서 시집가게 되면 직장은 바로 때려 치울거야!’
그로부터 정말 2년이 흘러 올 여름 배우자감을 인사시켰고 상견례다, 혼수며 예단이다, 식장이며, 살집 구하는 일까지 순식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순전히 신애 의지대로.......
물론 그 잘나가던 아까운 직장, 선박금융회사도 미련없이 때려치워 본인이야 시원했겠지만 애비 마음은 정말 안타까웠었다.
이렇게 똑 부러지고 기가 센 우리 신애
나는 이런 기고만장한 신애를 시집가기 전에 기를 좀 눌러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 날을 잡아 사윗감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아내와 신애, 그리고 미래사위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얼마 후면 자네가 우리집 사위가 되는데 우리집 가풍을 이야기해주고 싶네,’
‘물론 가정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고 서로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만 자네가 우리 사위가 되는 것이니 우리 가풍을 듣고 따라 주었으면 좋겠네!’
‘나는 집에서 평소 주방에 얼씬대지 않으며 물도 떠달라고 해서 마시지 내가 물 떠다 마시지는 않네!
아침에는 밥과 국을 고집하고 절대 빵쪼가리는 밥 대신 먹지는 않고!
남정네는 남정네 일을 하고 여인네는 여인네 일을 해야 하며 이것이 창조의 섭리에 부응하며 훨씬 능률적이라고 생각하네!
단지 남편은 아내에게 절대 치사한 놈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되 가정에서도 사내가 하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되지 남녀 구분없이 섞여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니 자네도 가정 꾸리면 그리하도록 하게!‘
아내도 평소 같으면 ‘여보, 그걸 자랑이라구 이야기 해’라며 곧바로 반박을 해댔겠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듣고만 있었다.
글쎄 내가 그리했다고 그들의 주방 모습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한편으로는 들었지만 그래도 그런 이야기라도 해야 신애의 기고만장한 그 氣를 다소나마 눌러주고 그래야 가정평화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만든 시추에이셔이었다.
그러나 애비의 이런 속마음을 신애가 알아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