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워 테라스
아내가 아파트 생활이 갑갑하다고
따뜻한 햇볕에 이불 널어 놓을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며
한달 발품을 팔고 고른 오포 신현리 우리집.
비록 변방에 위치하고 집은 작지만
주위 풍광이 좋고 복층 건물이라 테라스가 두 개.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에 나가 앞 산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켜고
캄캄한 밤에는 하늘 향해 두팔 벌려 별빛을 바라본다.
춘삼월(春三月) 앞 산에 초록빛깔 조금씩 보이는가 싶더니
요즘은 길가에 개나리도 제법 노랗게 물들었다.
본층 테라스는 ‘플라워테라스’ 꽃밭 만들고
상층 테라스는 ‘먹거리테라스’ 고추심고 가지 심을 계획으로
방부목으로 화단을 만들고 또 채소밭을 만들었다.
인근 화원에 가서 우리 밭 가꿀 계획 설명했더니
란석을 깔고 마사토를 덮고 그 위에 인공토를 부으라 한다.
요즘은 만사 조달이 오케이 라서 삽질할 필요가 없고
댓가만 지불하면 모든 물건에 지식까지 살 수 있으니
세상 참 편하다 여겨지지만
어렵게 구해서 힘들게 해내는 성취감은 그 만큼 적어졌으니
세상만사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담긴 뜻이 있는 법.
꽃을 심고 돌아서니 봄비가 내려주고
앞산에서 왔는지 왕벌이 찾아와 꽃 속에 얼굴을 묻는다.
벌은 어찌 그리 알고 벌써 찾아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상층에는 고추와 가지를 길러볼 생각인데
아직은 일러서 조금 기다려야만 한다고,
그래서 한 가지 일을 더 벌려 넝쿨장미를 사다가 심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해마다 오월이 되면 넝쿨장미가 가지를 뻗어
우리집 상층 테라스 철제난간을 칭칭 감아대고
붉은 장미꽃 온통 만발할터인데
아파트 살면 어디 그런 맛 느껴볼 꿈이나 꾸겠나 싶어
변방으로 이사오길 잘했다, 또 한번 자찬(自讚)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