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 플라워 테라스

아치울잡초 2016. 4. 3. 15:20

아내가 아파트 생활이 갑갑하다고

따뜻한 햇볕에 이불 널어 놓을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며

한달 발품을 팔고 고른 오포 신현리 우리집.

비록 변방에 위치하고 집은 작지만

주위 풍광이 좋고 복층 건물이라 테라스가 두 개.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에 나가 앞 산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켜고

캄캄한 밤에는 하늘 향해 두팔 벌려 별빛을 바라본다.

 

춘삼월(春三月) 앞 산에 초록빛깔 조금씩 보이는가 싶더니

요즘은 길가에 개나리도 제법 노랗게 물들었다.

 

본층 테라스는 플라워테라스꽃밭 만들고

상층 테라스는 먹거리테라스고추심고 가지 심을 계획으로

방부목으로 화단을 만들고 또 채소밭을 만들었다.

 

인근 화원에 가서 우리 밭 가꿀 계획 설명했더니

란석을 깔고 마사토를 덮고 그 위에 인공토를 부으라 한다.

요즘은 만사 조달이 오케이 라서 삽질할 필요가 없고

댓가만 지불하면 모든 물건에 지식까지 살 수 있으니

세상 참 편하다 여겨지지만

어렵게 구해서 힘들게 해내는 성취감은 그 만큼 적어졌으니

세상만사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담긴 뜻이 있는 법.

 

꽃을 심고 돌아서니 봄비가 내려주고

앞산에서 왔는지 왕벌이 찾아와 꽃 속에 얼굴을 묻는다.

벌은 어찌 그리 알고 벌써 찾아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상층에는 고추와 가지를 길러볼 생각인데

아직은 일러서 조금 기다려야만 한다고,

그래서 한 가지 일을 더 벌려 넝쿨장미를 사다가 심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해마다 오월이 되면 넝쿨장미가 가지를 뻗어

우리집 상층 테라스 철제난간을 칭칭 감아대고

붉은 장미꽃 온통 만발할터인데

아파트 살면 어디 그런 맛 느껴볼 꿈이나 꾸겠나 싶어

변방으로 이사오길 잘했다, 또 한번 자찬(自讚)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