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가는봄이 아쉬워서

아치울잡초 2016. 5. 8. 20:41

우리집 테라스에 봄꽃이 만발하고 퍼져나가는 꽃 향기에 벌, 나비가 바쁘게 오간다.

 

그러나 집에서 피는 꽃의 향기가 제아무리 좋다한들 산에서 부는 춘풍, 봄바람을 당할소냐 싶어 봄바람 취하고자 홀로 영장산에 올랐다.

영장산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라 초보가 등산하기에 너무나 좋다.

오월이 되면서 산행길 주변 상수리나무도 가지와 잎이 무성해져서 온통 하늘을 가리우는데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의 어른거림은 마치 잔잔한 파도의 물결처럼 너울거린다.

생각처럼 등산객은 붐비지 않는데 아마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산이 그리 높지 않아서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막걸리 한통, 김밥 두줄, 사과 한 개 그리고 마실 물을 둘러메고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정상에 올라 시원스레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폈다.

잔하나에 막걸리 부어 혼자 마시고 새소리 들으며 김밥으로 충복(充腹)하니 흘렸던 땀 식어지고 세상 근심 잊혀지며 잠시 편안해진다. 두다리 뻗고 누워 하늘을 보다가 막걸리 탓인지 깜빡 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