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主空山(무주공산)
휴일 배낭을 메고 뒷산에 올랐다.
한 시간쯤 오르다 보니 벤치가 군데군데 있는 쉼터가 눈에 띄어
물 한잔 마시고 쉬어 가려고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어르신 한 분이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며 무언가를 심고 계셨다.
‘아니 왜 無主空山 허허로운 곳에다 무얼 심는 것일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어르신! 날도 더운데 무얼 그리 열심히 심으세요?
물 한잔 하시고 하시지요.”
“물은 방금 마셨고 달맞이꽃 입니다”하시더니 연신 작업을 계속하신다.
“아니 여기다 이렇게 심어놓으시면 누가 캐어가지 않나요?”
“꽃이 이쁘게 피면 캐어 가기도 하지요.”
“아! 네, 그런데 이 모종은 어디서 구하셨나요?”
“양재동에서 사 왔지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나무토막으로 경계를 만들고 화단이 꾸며져 있다.
‘아! 이런 게 있었구나!’ 신경 안 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어르신은 조금 떨어진 미금역 근처 사신다는 분이셨는데 묘목에다 물 담긴 패트병, 호미며 장갑이며 잔뜩 싣고 가까운 곳에 오신 다음에 주차 시켜놓고 한 짐 짊어지시고는 올라오셔서 작업을 하신단다. 혼자서.....
“어르신! 정말 훌륭하십니다. 어르신 때문에 영장산이 호강을 하네요. 저도 이곳에 오게 되면 화단 잘 살펴보겠습니다.”
“날 뜨거운데 쉬엄쉬엄하세요!”
지난해 테라스가 있는 집이 좋다고 이곳에 이사 와서 테라스 가꾸는 일에 몰두했다.
그 결과 라일락도 피고 졌고 백일홍이며 장미며 온갖 꽃들이 피어나서 아침저녁 수시로 테라스에 나가 꽃을 보며 행복해하고 아파트에 사는 지인들에게 자랑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산행 길에서 마주친 어르신을 보며 뜨끔해졌다. 새삼 맹자님 말씀이 생각나서,
君子 終身之憂(종신지우) 小人 一朝之患(일조지환)
평생 이웃과 함께 고민하는 우환의식이 군자의 덕목이며,
내 안위와 즐거움만 생각하는 일조지환(한나절 짧은 고민)은 소인배의 근심이라던 맹자님 말씀
내 집 테라스만 가꿀 생각하는 소인배
無主空山(무주공산) 허허로운 곳에 달맞이꽃을 심는 군자
앞으로 내 집 테라스 자랑은 일체 아니하기로 작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