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가고 달도 가고
보건소에서 폐렴 에방접종을 공짜로 하라는 통지가 왔다.
백신 떨어질 때까지 한다기에 서둘러 보건소에 갔다.
문진표를 작성하다 보니 문항내용이 팔순노인에게나 맞는 내용 같아 기분이 묘했다.
올해부터 지하철 공짜가 되는 지공도사 신참인데 공공기관에서 어르신 대접을 받고 보니 좋다기보다는 웬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지만 나와는 다소 동떨어진 문진표가 그나마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세월 앞에 장사 없지’ 라는 넋두리가 절로 나왔다.
雲去月去西山嶺 亦人不息何處止
운거월거서산령 역인불식하처지
구름도 가고 달도 서산의 고개를 넘어가건만
또한 쉬지 않고 가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 멈추려는가?
등대와 신호가 생각난다.
지금은 항해설비들이 개발됨에 따라 등대의 역할은 크게 감소했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대는 배를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특히 밤에는 등대가 고유한 불빛의 빛깔이나 점멸등으로 깜박거렸는데 그 비추어대는 섬광을 보고 유능한 선장은 어느 항인지 바로 식별해 냈다고 한다.
깜~빡, 깜깜~빡, 깜깜~빡빡, 깜~빡빡 ......
나는 어떤 섬광을 비추며 살아왔을까?
그리고 올해는 또 어떤 점멸신호를 비출 것인가?
정유년 정초에 탁상일기를 펼치며 나의 신호를 메모한다.
1년 365일 비어있는 날이었지만 ‘생일’,‘ 기일’, ‘기념일’들을 표시하며 의미를 담는다.
적다가 보니 ‘폐렴접종’이란 ‘필수메모’보다는 ‘소백산 눈꽃신행’이라는 ‘선택메모’가 훨씬 보기가 좋다.
필수보다는 선택이 좋은 것이다.
올 한해도 필수보다는 선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구름도 가고 달도 가고 나도 멈추지 않고 가련다.’ 라고 읊어본다
雲去月去 我去不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