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정유년 사월 산음휴양림 봄나들이

아치울잡초 2017. 4. 15. 07:43

 

 

 

정유년 사월 산음휴양림 봄나들이

 

문대16기 봄나들이 행사

강동문화원 앞에서 모여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양평 산음휴양림으로 신나게 달려가며 봄나들이가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우리 회장님 언제나 하시던 대로

이번에도 진수성찬 한보따리 해오셨다.

9명 나들이에 족히 20인분은 넘을 것 같이 풍성하게

준비해 오셨는데 아마 전날 밤은 꼴까닥 세우시지나 않았나 싶었다.

 

휴양림에 도착하여 우선 산행을 시작했다.

야트막한 산에 목책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오솔길을 따라가기도 했는데

폐부에 깊숙이 전해지는 산바람에는 봄내음이 한 가득 묻어 있었다.

 

군데군데 진달래도 감상하고 삼삼오오 인증 샷을 찍어대기도 하며

때로는 숨을 죽여 가며 바람소리 벌레소리도 듣고

꽃 이름 나무이름 설명도 열심히 들었는데

우리의 정선출신 교장선생님은 깨끗한 계곡의 물맛을 아시고

양손 받히고 물을 받아 주~욱 들이 키신다.

역시 두메산골 내공이 있으신 분이라 다르긴 다르시구나 싶었다.

 

급조된 식탁에 음식을 펼치니 진수성찬에 상다리가 휘청.

막걸리 한잔을 부딪치며 건강과 우의를 다지니 일체감이 더해가고

밥상 물리고는 존경하는 우리의 감사원장님께서 준비된 시를 낭송하신다.

윤동주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山風(산바람)에 취하고 春香(봄향기)에 취하고 격조 있는 한수에 취했는데

귀로에 안전운전이 염려되어 술에 취하지 목한 것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리 편 김에 누가 뭐라 카든 나도 시 한수 읊어댔다.

그래도 문화대학 모임인데 이 정도 모양은 내줘야할 것 같아서 말이다.

벚꽃 날리던 섬진강변에서 술잔을 들고 외워대던 그 시 한수

두보의 曲江二首(곡강이수) 

 

용문산을 들러서 커피한잔 나누고 동기님들 저녁행사가 많다 시기에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서울로 돌아왔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 29세 옥중에서 요절한 윤동주의 가을 시 -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 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후회 없이 말 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두보의 曲江二首(곡강이수)

 

一片花飛減却春 (일편화비감각춘)

風飄萬點正愁人 (풍표만점정수인)

且看欲盡花徑眼 (차간욕진화경안)

莫厭傷多酒入脣 (막염상다주입순)

江上小堂巢翡翠 (강상소당소비취)

苑邊高塚臥麒麟 (원변고총와기린)

細推物理須行樂 (세추물리수행낙)

何用浮榮絆此身 (하용부영반차신)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떨어지니 슬픔 어이 견디랴

떨어지는 꽃잎하나 눈앞을 스치는데

몸이 상한다고 목축일 술 마다하랴

강위에 작은집엔 비취새 둥지 틀고

동산의 옛 무덤엔 기린 석상 누워 있네

세상 이치 따져본즉 즐겨살면 그만인걸

어찌하여 헛된영화에 이 몸을 얽어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