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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절(三絶)과 앙평부(仰平俯)

아치울잡초 2017. 11. 15. 16:15

 

 

 

요즈음 서예를 하며 그 재미에 푹 빠졌다.

예서(隸書)를 쓰고 있는데 석삼()자를 쓰면서

삼절(三絶)과 앙평부(仰平俯)를 익힌다.

 

삼절(三絶)이란 한 획을 그을 때 세 번 끊어 쓰란 말인데

끊을 때 마다 붓을 세워 중봉(中鋒)을 만들고

꿈틀꿈틀 생동감 있고 힘이 있게 써 보니

삼절(三絶)을 하지 않고 한 번에 깨끗하게 그어진 획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획인지 보이게 된다.

 

또 앙평부(仰平俯)란 석삼자()로 설명이 되는데

첫 획은 위로 우러르고 두 번째 획은 평평하며

세 번째 획은 이래로 구부려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삼절과 앙평부를 알고 석삼자()를 다시 보니

그동안 간단하고 별 멋이 없다 여겼던 석삼자()

너무나 다양하고 멋지게 보인다.

 

나이를 먹게 되면 유행처럼 섹스폰을 배우는데

초보자들의 섹스폰 연주를 들어보게 되면

한음() 또 한음() 단조롭게 이어진다.

반면에 숙련된 연주자는

()을 당기는가 하면 늦추기도 하고

흐느끼듯 환호하기도 하고

끊어질듯 이어지게 하는 등 음()을 희롱하며 연주한다.

이 농음(弄音)이 노래듣는 맛 인데

초보자는 허겁지겁 음()을 따라가기가 바쁘고

농음(弄音)은 음을 능숙하게 익힌 후라야 비로소 구사히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조로운 생활보다

오히려 때때로 생을 희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풍요롭게 인생을 누리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단조로운 일상보다 삼절(三絶)이 있는 생활,

그리고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때로는 평평하게 나아가고

또 어떤 때는 구부리기도 하는 등

인생을 희롱하며 한획 또 한 획 석삼자()를 그리는 일.

이것이 풍요로운 일상을 누리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