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절(三絶)과 앙평부(仰平俯)
요즈음 서예를 하며 그 재미에 푹 빠졌다.
예서(隸書)를 쓰고 있는데 석삼(三)자를 쓰면서
삼절(三絶)과 앙평부(仰平俯)를 익힌다.
삼절(三絶)이란 한 획을 그을 때 세 번 끊어 쓰란 말인데
끊을 때 마다 붓을 세워 중봉(中鋒)을 만들고
꿈틀꿈틀 생동감 있고 힘이 있게 써 보니
삼절(三絶)을 하지 않고 한 번에 깨끗하게 그어진 획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획인지 보이게 된다.
또 앙평부(仰平俯)란 석삼자(三)로 설명이 되는데
첫 획은 위로 우러르고 두 번째 획은 평평하며
세 번째 획은 이래로 구부려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삼절과 앙평부를 알고 석삼자(三)를 다시 보니
그동안 간단하고 별 멋이 없다 여겼던 석삼자(三)가
너무나 다양하고 멋지게 보인다.
나이를 먹게 되면 유행처럼 섹스폰을 배우는데
초보자들의 섹스폰 연주를 들어보게 되면
한음(音) 또 한음(音) 단조롭게 이어진다.
반면에 숙련된 연주자는
음(音)을 당기는가 하면 늦추기도 하고
흐느끼듯 환호하기도 하고
끊어질듯 이어지게 하는 등 음(音)을 희롱하며 연주한다.
이 농음(弄音)이 노래듣는 맛 인데
초보자는 허겁지겁 음(音)을 따라가기가 바쁘고
농음(弄音)은 음을 능숙하게 익힌 후라야 비로소 구사히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조로운 생활보다
오히려 때때로 생을 희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풍요롭게 인생을 누리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단조로운 일상보다 삼절(三絶)이 있는 생활,
그리고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때로는 평평하게 나아가고
또 어떤 때는 구부리기도 하는 등
인생을 희롱하며 한획 또 한 획 석삼자(三)를 그리는 일.
이것이 풍요로운 일상을 누리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