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을 때가

우리 나이 때 쯤 되면 주변에서
‘그 나이가 되었으면 좀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그 나이 들도록 긴 세월 애쓰며 살았으니 아등바등 일하며 살지 말고
이젠 좀 편안하게 쉬어가며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이다.
놀며 쉬며 살아가게 되면 행복은 찾아 올수 있을까?
그러나 놀며 쉬어가며 편하게 살게 되면 결코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결과만 낼름 따먹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오히려 죽어라고 넘어지고 깨지며 얻어내는 것이지
편하게 놀며 쉬어가며 살아갈 때 결코 행복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행복을 얻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나름대로 단순한 규칙을 정하여 그것을 매우 긴 세월 동안 반복하게 되면
비로써 행복이라는 산물을 얻게 된다고 하는데
그런 까닭에 마라톤의 원리로 비유되기도 한다.
마라톤은 너무나도 멀고 긴 구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며 엄청난 고통이 수반된다.
왼발, 오른발을 내딛는 너무나도 단순한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는데
일정 거리까지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서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나 이 고통을 견뎌내며 오른발, 왼발을 내딛는 이 단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일정 구간에 도달하는 순간 도무지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고통은 무감각해지고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어 아무런 생각 없이 두 발을 번갈아 내딛게 되는데
이 지경에 도달하면 오히려 고통이 묘한 희열로 바뀌게 되며
사람들은 이 희열을 얻고자 그 힘든 마라톤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을 얻으려면 이와 같이 각기 나름대로의 단순한 규율을 정하여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면 비로서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단순한 규칙이라야 하는가 하면
단순해야만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 새벽에 일찍 잠이 깬다.
대개는 다섯 시 전후에 잠이 깨는데
책을 보자니 눈이 침침하고 밖에 나가 운동하자니 사방이 캄캄하고 내키지 않아
나름대로 작정한 일이 새벽 서예학습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 일곱 시 까지 먹을 갈고 붓글씨를 썼는데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았더니 햇수로 3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처음에는 다소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참고 이겨냈더니 지금은 오히려 재미가 붙었다.
날마다 반복되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작업,
매일 새벽에 행복한 마음으로 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