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하부지 빵야! 빵야!"
아치울잡초
2022. 5. 31. 05:54
손자녀석 비행기 태워주고 제주도 구경시켜 주려고
동반여행을 계획했다.
유아원생 어린녀석이 어른처럼 캐리어를 끌며 나타났는데
캐리어 모양이 너무나 앙증맞아 손자녀석과 잘 어울렸다.
"지후야! 하부지, 하모니랑 비행기타고 제주도 가는구나"
"캐리어 멋진데 속안에 뭐가 들었니?"
"하부지 쏘려고 물총 가져왔지롱~"
캐리어를 살짝 열어보니
모래장난 도구와 물총만 들어있었다.
"야 이녀석아! 하부지 쏘려구 물총만 가져오면 어떡해
맘씨를 이쁘게 써야지, 너 그러면 이놈하고 벌받는다."
정색을 하고 얘기해도 하부지 얘기는 장난으로 받는다.
"빵야!, 빵야! ~"
벌써 하부지에게 물총쏘는 시늉을 하고 신나서 뛰논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주방에서 물총에 물을 잔뜩 넣더니
나를 향해 달려들며 물총을 쏜다.
"하부지 빵야! 빵야!"
그런데 웬일인지 물한방울 안나오고
입으로 나오는 소리만 요란하다.
고장난 물총이었다,
"봐라, 하부지 쏘려고하니 물총도 고장났네,
너 이녀석 이리와 봐!"
번쩍 들어서 공중부양회전 몇차례시키고는 내려 놓는다.
"내일 하모니한테 마트가서 물총 다시 사달라고 해야지"
지후도 포기 않는다.
다음날 이른아침 지후가 좋아하는모래놀이를 하러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아이들 놀기에 모래가 좋다는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제주 서해쪽 '비양도'가 바라다 보이는 '금능해수욕장'
너무 이른시간에 바닷물에 들어가서 그랬던지
숙소에 돌아와서는 지후가 탈이 났다.
토하고 또 토하고 난리였다
아무래도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 신체 밸런스가 깨진것 같았다
아무것도 못먹고 물만 마셔도 토해내고
기운이 빠져 축 늘어졌었다.
순전히 어른 잘못으로 이 사달이 났었다
너무 일찍 바닷물에 들여보낸건 어른들 잘못,
뒤늦은 자책은 별무소용,
그 다음 여행 스케줄은 병원여행으로 바뀌었고
함께 가려던 '에코랜드' '비자림' 등
다음으로 미룰수 밖에 없었고
토해대는 손자 곁에서 차마 우리만 잘 먹을수가 없어
끼니도 대충 때울수 밖에 없었다.
하모니'는 장탄식을 했다
친손자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외손자랑 같이 여행와서 아이가 아프게 되니
사돈 볼 면목이 없다고 ~
조심 좀 할걸 그랬다고 ~
나도 덩달아 후회를 헸다.
공항에서 출발전에 만나
지후가 '하부지'에게 물총 쏘겠다고 했을때
맘씨를 이쁘게 쓰라'고 어린녀석에게 훈계하기보다
차라리
'그래 열심히 쏴라, 실컷 맞아줄께' 할걸 그랬나 싶었다.
지후는 서울에 돌아와서 시간이 좀 지나니까
다행히 좋아졌다고 한다.
알고보니 지후가 다니는 유아원에 장염이 유행인데
그게 옮은것 같다고~
한번 걸리면 2~3일간 엄청 고생을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게 걸린것 같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자책감이 조금은 덜해졌다
아무튼 이번 제주여행은
'지후'도 '하부지'도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 못먹고 허접하게 끼니 때운 여행~
관광지 대신에 소아과다 약국이다, 서귀포의료원이다
바쁘게 다녔던 여행~
신나서 웃고 떠들기 보다는
걱정하며 가슴졸이며 보냈던 여행~
그리고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족의 소중함을 또 한번 깨우쳐준 여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