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아버지, 어머니 합장

아치울잡초 2022. 8. 19. 10:36

지금부터 13년전, 2009년 여름, 어머니를 생극추모공원에 모셨다.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이라 가족들이 모두 만족했었다.

그런데 하필 어머니 주위 동서남북 사방에 모신분들 유골함곁에 
하나같이 소주병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고인들께서 생전에 약주를 즐겨하셔서 가족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시라고
곁에 넣어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낯선 곳에 모신 어머니곁에 자상하고 따뜻한 분들이 자리잡고 있으면 좋았을텐데
애주가(?)들이 사방에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라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었다.

그래서 생극추모원에 모시면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었다.
"어머니, 낯선땅 객지에 모시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께서 유공자시니까 돌아가시면 호국원에 함께 모시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조금 참고 기다리시면 아버지와 함께 계실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이셨고 
어머니보다 연세가 다섯살이나 많으신 85세이셨으니
이생에서 함께하실 날이 그리 오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해, 두해 흘러가 다섯해가 지나도록 천만 다행으로 아버지는 건강하셨다.
생극에 계신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그지없었다.
다섯해가 지난후 더는 어쩔수가 없어 어머니를 찾아가 말씀드렸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당분간 이곳에 더 계셔야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아버지 곁으로 바로 옮겨드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버지께서 저리도 건강하시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아버지께서 점점 더 건강해지셔서 백수(百壽)까지는 끄떡없으실거 같습니다.

주당(?)분들 이웃에 두고 힘이드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주위분들과 이제 함께하신 세월이 쌓여 미운정, 고운정도 드셨을 테니 
아버지 곁에 가실때까지만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는 별 말씀없이(?) 수락하셨고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13년을 떨어져 계시다가 이제 두분 나란히 합장하게 되었다.

국립괴산호국원
밤낮으로 해와달이 수호하는 영원한 안식처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셨던 아버지,
이제 아버지, 어머니 두분을 조국이 영원토록 지켜줄 것입니다.
그리고 밤낮으로 해와 달이 지켜주시니 평안히 영면하소서 
내 아버지, 내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