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虛作談論
여백의 의미
아치울잡초
2006. 10. 12. 18:04
『 여백의 의미 』
동양화에는 여백이 많다.
이 여백은 물론 물감이 모자라거나 종이가 남아돌아서 남겨놓은 공간이 아니다.
여기 매화가지에 참새 한마리가 앉아 있는 한 폭의 그림이 있다고 하자.
이때 우리는 매화가지와 참새를 그림의 주제로 생각하고 거기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동양화의 경우 궁극적인 의미에서 매화가지와 참새는 이 그림에서 주제가 아니고 그 뒤에 공간으로 대표되는 無나 空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기 위한 수단 내지 상징이다.
동양의 그림뿐 아니라 詩도 마찬가지다.
말을 지극하게 간결하게 하고 나머지는 공백으로 남겨 놓는다.
그림이든 시든 有를 통해서 無를, 현상적인 것을 통하여 현상 너머의 것을, 시간적인 것을 통하여 무시간적인 것을 표현하고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다.
존재의 세계를 보고 비존재의 세계를 인지하자. 이것이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