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寶가 있었으면
몇해전 후배가 “ 중국 다녀오는데 필요한 거 없습니까?” 하기에 벼루 하나 큼직한 거 부탁했더니 제법 가격이 나갈 것 같은 크고 모양이 화려한 벼루를 사다 주었다.
몇 번 먹을 갈아 보았더니 제법 먹이 잘 갈려서 이제는 “재산목록 1호”처럼 되었는데 “중국산”이라고 여기니 “재산목록 1호”로 삼기에는 조상님들이 섭섭히 여기실 것 같아 다시 생각게 된다
우리 집에는 골동품이 없다.
아버님이 둘째이다 보니까 대대로 내려오는 골동품을 향유할 권한이 없지만
그렇다고 큰집에도 골동품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때문에 오래된 골동품을 가지고 있는 집안이 너무나 부럽다.
남의 집 물건이라도 선비의 손때가 묻은 문갑하나 정도,대나무로 짜서 옷칠이 된 예전 문갑이
하나쯬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다.
흑단, 자단의 오래된 가구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남루하지 않은 .....
이런 것들은 우리생활에 안정감을 주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 준다. 화려해서가 아니고 오래가고 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쓸수록 길이 들고 길이 들어 윤이 나는 그런 그릇,
난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조금 쓰면 질린다고 아내는 자꾸만 새것으로 바꾼다.
그래서 가끔씩 취향이 다른 아내를 속으로 섭섭케 여기기도 한다.
서양사람들은 오래된 가구나 그릇을 끔찍이 사랑하며
곧잘 남에게 자랑한다고 한다.
파이프 불에 탄 흔적 있는 마호가니 책상,할머니 할아버지가 뜨개질하며 끄덕거리던 등나무 의자 등등...
몇 해 전 보스턴에 갔을 때 “유니온하우스”라는 곳에 들어가 한참을 기다린 후에 순서가 되어 자리에 앉았던 일이 있었다.
“존 F 케네디”가 즐겨 찾아 식사하던 곳으로 케네디가 앉았던 의자, 그리고 탁자, 집기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이유로 지금도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찾고 있었다. ( 물론 랍스타도 맛이 있었고..... )
그곳에 앉으면 예전의 그 시절 케네디가 연설하던 모습,
재클린과 함께 있던 모습, 끝내는 총에 맞아 짧은 인생 마감하는...
아름다운 추억은 남의 나라 얘기라도
때때로 바쁘고 지친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중국 시인 “도연명”이 고향에 내려가
“호정무진잡 허실유여한 (戶庭無塵雜 虛室有餘閑)”
즉 “집안에 번잡함이 없고 빈집이 한가한 여유로움을 준다 ”
집안도 깨끗하게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낫다고 얘기하지만 모든걸 그렇게 허허롭게 비울수 있는 선비가 되지 못한 나는 끝내 옛것의 욕심을 버릴 수 없고 골동품 하나 장만해 가보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