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출근길에 전파를 타고 나오던 백자 달항아리 얘기
아무런 장식 없이 고운 색깔 아랑곳 않고
오로지 흰색으로 구워낸 어리숭하게 생긴 둥근 맛
흰색으로 구워냈지만 흰색이 전부랄 수 없는 만 가지 색
어떠한 무늬와 색깔을 넣지 않은 채 그냥 그대로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둥그런 원도 아닌
이 어리숙 하면서도 순진한 맛을 느끼게 하는 달 항아리
잘생겨야 하고 빈틈없어야 하며
컴퓨터처럼 완벽함이 미덕이 되고
또 하루하루가 꽉 짜여져 빈틈없이 돌아가고
보아야 하는 것들, 주고 받아야 하는 것들
챙겨야 할 것들, 만나야할 사람들........ 그렇게 항상 바쁜 나날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그저 정신없이 앞으로만 치닫는 불쌍한 우리네 삶인데
여유 있게 둥근모양, 여유있는 색깔,
푸른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백자 달 항아리
달 항아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바쁘게 살아야하는 일상을 거부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내며
뒹굴뒹굴 할 수 있는 여유 그런 여유,
아니 차라리 여백이라 느끼고 싶은 그런 기회는
아파 드러누워야만 오게 되는 건 아닌지.....
일상의 여유는 그저 달항아리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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