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147

할머니도 할머니면서

운전하고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유모차(노인용)를 밀며 아주 느릿느릿 지나가자 아내가 한마디 한다. "좀 후닥닥 가시지 세월아, 내월아 하시네!" 손자녀석 지 할미 물끄러미 보더니 한마디 한다. "할머니도 할머니면서!" 아내가 뜨끔하여 손자녀석 바라보니 눈치 빠른 손자녀석 얼른 수습에 들어간다. "그래도 할머니는 젊은 할머니야!"

아버지, 어머니 합장

지금부터 13년전, 2009년 여름, 어머니를 생극추모공원에 모셨다.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이라 가족들이 모두 만족했었다. 그런데 하필 어머니 주위 동서남북 사방에 모신분들 유골함곁에 하나같이 소주병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고인들께서 생전에 약주를 즐겨하셔서 가족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시라고 곁에 넣어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낯선 곳에 모신 어머니곁에 자상하고 따뜻한 분들이 자리잡고 있으면 좋았을텐데 애주가(?)들이 사방에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라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었다. 그래서 생극추모원에 모시면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었다. "어머니, 낯선땅 객지에 모시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께서 유공자시니까 돌아가시면 호국원에 함께 모시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조금 참고 기다리시면 아버지와 함께 ..

폭포같은 마음으로 호수처럼 살다가 바다로 갔습니다.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요즘 통 입맛이 없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가끔 아이들이 와서 식사를 사주고 가는데 아이들에게 '맛있게 잘먹었다' 라고 말하지만 립서비스이지 사실은 맛을 잘 모른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나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시며 해주신 말씀이다. "그리고 음식 맛을 모르게 되니까 인생의 맛도 알수가 없게 되는거 같다. 살면서 크게 좋은 일도 없고 슬픈 일도 없어지고 감정이 점점 메말라가는거 같다. 지금 죽는다해도 그리 한스러울 일도 없고 살아 있어도 그리 신이 날 일도 없으니 사나 죽으나 그저 그거 같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시며 방금 립서비스라고 이야기 들은 나에게도 또 그렇게 "식사 맛있게 잘 먹었다" 라고 하신다. 아버지 말씀이 단지 나에 대한 '립서비스인가 아닌가' 혼란스럽..

강한 것과 약한 것에 대하여

햇살 좋은 삼월 초 이레 날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능선 따라 다녔다. 능선 길 초목들은 아직은 마르고 딱딱한데 그러나 주말 산행 두어 차례 하다보면 산에는 초록이 지천이 될 것이고 여기저기 꽃구경하고 다닐 수 있겠지 기다려진다. - 도덕경에서 - (강한 것과 약한 것에 대하여)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집니다, 人之生也柔弱 인지생야유약 其死也堅强 기사야견강 만물과 초목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며, 죽으면 마르고 딱딱하다. 萬物草木之生也柔脆 만물초목지생야유취 其死也枯槁 기사야고고 강하고 큰 것이 아래에 있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에 있는 것이다. 强大處下 강대처하 柔弱處上 유약처상

때로는 방관자처럼

오늘 점심식사는 광고회사 대표와 함께 했다. 10년 전에 불과 천만원짜리 광고를 수주하러 나를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연매출 100억을 달성한다고 성공신화를 들려준다. 전에는 본인이 모든 것을 손대야 직성이 풀렸는데 요즘은 모든 일을 직원들에게 맡겨놓으니 오히려 일이 더 잘되어 너무 편하고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이제야 도통(道通)하셨구만’ 한마디 했다. 題西林壁 蘇東坡 橫看成嶺側成峰(횡간성령측성봉) 遠近高低各不同(원근고저각부동) 不識廬山眞面目(불식여산진면목) 只緣身在此山中(지연신재차산중) 가로로 보면 첩첩이 산등성이고, 옆으로 보면 뾰쪽한 봉우리인데 멀리서 또 가깝게, 위 그리고 아래에서 보아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로구나. 여산의 참모습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은 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이 시..

일모도원(日暮途遠)을 슬퍼하지만

재건축한다 전셋집 얻어 이사다니느라 분주하다 했던 친구 어제 저녁 만났더니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준비에 여념 없다고 한다. 한두해 지난일인가 다시 물었더니 벌써 삼년 반이나 지난 일이라고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미각지당 춘초몽 계전오엽 이추성 연못가 봄 풀 꿈 채 깨기도 전에 뜰 아래 오동나무 벌써 가을소리 내는구나 친구 이야기에 도연명 싯귀가 생각났다. 한밤중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 열어보니 또 다른 친구의 SNS도 역시 세월 타령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데 흰머리 늘어가고 주름살은 깊어지고 해 놓은 건 없는데 마음은 조급해지고 갈길 먼 나그네 저무는 해가 야속하기만 하다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을 이야기한다. 불과 며칠 전에는 코비브라이언트가 갔다. 둘째 딸 농구경기 응원하러 자가용 헬..

SH공사 30주년 기념사업 수필공모전 공모작

사옥(社屋)이야기 1998년 말 지금의 개포동 신사옥을 준공하고 최첨단 IBS빌딩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었는데 얼마 전 사옥관리를 담당하는 후배가 사옥이 입주한지 20년이 되어 장비 대부분이 내용연수(耐用年數)가 만기(滿期)가 되어 교체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첨단사옥이 아니라 어쩌면 노후사옥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구나 했었다. 지난 1998년 ‘신사옥총괄업무 수행자’ 라는 이유로 사옥에 관한 일화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평소 좋아하는 고전(古典)과 연계하여 적어보기로 하였다. 오소야천 고다능비사(吾少也賤 故多能鄙事) 내가 어렸을 적에 천하게 자라서 지저분한 일을 하는데 능하다, 1989년 ‘서울특별시 도시개발공사’가 창설이 되며 처음 찾아갔던 정동 경기여고 옛 ..

수필공모전 대상 수상 소감

SH공사 창사30주년 기념사업으로 수필공모전이 있었다.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수필을 공모했는데 ‘사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응모하여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작가 두분을 모셔다가 엄중히 심사를 하였고 공사30주년 기념사업이라는 간행물에 게재되어 길이 남게 될 영광스런 수상이라 하였다. SH공사 종무식 식전행사로‘수퍼스타 히어로’라는 공연이 진행되었고 모 방송국 사회자가 진행을 밑았는데 공연중간에 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말해달라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 이렇게 훌륭한 무대에서 귀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옛말에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히 청할 수는 없지만 간절히 바란다’라는 말입니다, 공모전에 글을 써내며 상을 달라 감히 청할 수는 없었지만 기왕지사 응모하..

‘종운이 형’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經句)를 좋아했다

‘종운이 형’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經句)를 좋아했다. 사무실에 걸어 놓겠다고 나에게 붓글씨 작품 한점 써 달라 히길래 지금 한창 수련하고 있으니 조금만 세월가면 멋지게 써주겠노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종운이 형’은 세상 뜨기전 ‘금강경’을 사경(寫經)했다. 투병하는 동안 3년간 사경을 했는데 병세가 악화되어 수족이 생각대로 말을 듣지 않게된 올 유월에는 삐뚤빼뚤 흔들리던 필기작업도 그렇게 끝이 났다고 한다. 3년전 폐암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주위에 일체 내색않고 외롭게 투병했는데 임종 이틀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산소마스크를 쓴채 이미 의식이 없이 가쁜 숨을 쉬는 그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명하니 지켜보아야했던 가슴아팠던 그 날. 그 ..

행복 비법

하버드대 신입생과 빈민층의 10대 납성 등 수백명을 수십년간 추적 인터뷰를 하며 행복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 정답은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행복한 삶은 높은 학력, 부유함, 명예가 아니었다고 한다. 금 수저이던 흙 수저이던 어릴 때부터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한 사람일수록 80대가 넘어 고령이 되어서도 행복했다고 한다. 결국 세속적인 성공을 위하여 좋은 인간관계를 희생시키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짧기 때문에 다투고 사과하고 해명할 시간이 없다. 오직 사랑할 시간만이 있을 뿐이며 그것은 말하자면 한순간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아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