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종운이 형’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經句)를 좋아했다

아치울잡초 2018. 12. 4. 06:15

 

 

종운이 형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經句)를 좋아했다.

사무실에 걸어 놓겠다고 나에게 붓글씨 작품 한점 써 달라 히길래

지금 한창 수련하고 있으니 조금만 세월가면 멋지게 써주겠노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종운이 형은 세상 뜨기전 금강경을 사경(寫經)했다.

투병하는 동안 3년간 사경을 했는데

병세가 악화되어 수족이 생각대로 말을 듣지 않게된 올 유월에는

삐뚤빼뚤 흔들리던 필기작업도 그렇게 끝이 났다고 한다.

3년전 폐암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주위에 일체 내색않고 외롭게 투병했는데 임종 이틀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산소마스크를 쓴채 이미 의식이 없이 가쁜 숨을 쉬는 그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명하니 지켜보아야했던 가슴아팠던 그 날.

그 오랜 날들 투병생활울 알리지 않았던 그를 원망도 했었고

그런 사실도 모르고 누구보다 가깝다는 이유로 불쑥불쑥 내뱉었던 나의 농담을 들으며

그가 얼마나 섭섭하고 힘겨웠을까 하는 자책감에 한동안 가슴이 아팠었다.

 

어린아이가 얼음을 가지고 놀다가 마당에 잠깐 놓아두고 방에 들어온 후

한참만에 밖에 놓아둔 얼음생각이 나서 나가보았더니 아무것도 없더라.

얼음은 어디로 갔을까?

본래 없던 것이었을까?

잠시 있었던 것일까?

마당에 있던 얼음은 그동안 햇빛에 녹아서 일부는 수증가가 되고

또 일부는 물이되어 땅속으로 스며들고 그렇게 변한것이지

있던 것이 없어지는 일은 없다.

우주 만물은 그렇게 변화하는 것이지 있던 것이 없어질 수는 없다.

 

불생불멸 제행무상(不生不滅 諸行無常)

나는 것은 없으며 멸하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 평소 좋아하는 불교 경구

 

종운이 형은 모든 사람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투병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일생을 그렇게 남을 먼저 배려하였고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따뜻하고 온화한 얼굴,

넓은 어깨에 꼿꼿한 자세,

항상 깔끔한 정장 스타일,

그는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녹색지대의 준비없는 이별을 유난히 좋아하며 잘 불렀는데

그 노래 제목처럼 우리는 준비없는 이별을 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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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간 내 곁에서 머물러

행복했던 시간들이

고맙다고 다시 또 살게 되도

당신을 만나겠다고

 

아 그 말해야 할텐데

떠나는 그대라도

편하게 보내줘야 할텐데

 

눈을 감아 지워질 수 있다면

잠이 들면 그만인데

보고플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는 밤이 두려워져

 

아 그댈 보낼 오늘이

수월할 수 있도록

미운기억을 주지 그랬어.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안돼 지금은 이대로 떠나는 걸

그냥 볼수는 없어.

 

차라리 나 기다리다 말을 해

 

아무것도 미안해 하지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나는 괜찮아

그래도 사는 동안

함께 나눈 추억이 있잖아.

다행이야 감사할께

 

아 그댈 보낼 오늘이

수월할 수 있도록

미운기억을 주지 그랬어

 

하루만 오늘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줘 안돼 지금은 이대로 떠나는 걸

그냥 볼수는 없어

 

차라리 나 기다리다 말을해

 

영원토록 바라볼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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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운이 형이 잠시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가 변하여 노래하는 한 마리 새가 될지

밤하늘에 빛나는 하늘의 별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생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삶으로 인해

다음 생에서도 또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여

새롭게 태어나리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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