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천재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당당하고도 열정적이었던 삶은
그를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으며
생을 마감하기 전 의식불명상태가 며칠간 지속되자
그 안타까움이 더욱 절실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음악에 있어서는 ‘마왕’이란 닉네임을 얻으며 전설적인 존재였으며
때로는 ‘TV100분토론’ 자리에 출연하여 정치인이건 전문가건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당당하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독설을 쏟아내던 일이 기억된다.
선거 유세에 참여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면서도
이라크 파병만큼은 반대했던 그의 사회정치참여는
요 몇 해 대두된 소셜테이너의 표본이었을지 모른다.
2008년 이명박 당선자의 영어 공교육 정책에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스스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든지,
영국의 영연방에 들어가 스스로 식민지가 되든지…
이게 무슨 엿 같은 소리냐?"라고 일갈했던 신해철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우리에게 남겨서
그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겨왔었는데
사후(死後)에 알려지는 그의 일상은 의외로 너무나도 애잔하고 인간적이라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미 암에 걸린 줄을 알면서도
차라리 결혼해서 그 병을 고쳐주겠노라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였고
주변 친척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도(目睹)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작별인사를 못할거라며
미리적은 유언장에는 아내사랑이 넘쳐났었다.
다음세상에 지금아내의 남편으로 태어나도 좋고 지금아내의 자식으로 태어나도 좋고
잘 안된다면 지금아내 곁에 있는 강아지가 되더라도 아내와 함께 있고 싶다는 그의 유언장은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었는지 그리고 그가 또 얼마나 인간적이었던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인간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춥고 덥고 하는 외기(外氣)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런 이유로 걸리는 병은 인체의 표리(表裏)에 작용하여 쉽게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칠정(七情)인 희로우사애공경(喜怒憂思愛恐驚)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
병이 걸리는데 이 병은 인체의오장육부(五臟六腑)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장(臟)으로부터 발병되어 고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기보다는
마치 득병(得病)하려는 양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설명이 잘 안 되는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고인은 멋진 노래와 거침없는 독설로 우리들의 칠정(七情)을 자극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칠정(七情)을 마음껏 자극시켜주며
우리의 삶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해줄 과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을 남겨둔 채 열정과 정감이 넘쳐나던 모든 일을 접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가버렸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그대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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