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유감
「공자(孔子)가 말했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論語) 》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 군자처럼 마실 수도 있고
또는 소인처럼 마실 수도 있다고 한다.
친구가 술을 권하면
‘나는 지금 한약을 먹는 중이야’
또는 ‘나는 어제 너무 많이 마셨어’ 라며 사양할 때
‘그래? 그럼 조금만 마셔야겠네! ’라고
친구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각자 분별 있게 술을 마실 때
우리는 ‘화이부동 和而不同’이라 쓰고
‘군자처럼 마신다’라고 설명한다.
그와는 달리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그래? 나도 약 먹는 중이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냥 같이 마시는 거야 !’
‘뭔 소리야, 나도 어젯밤 꼭지가 완전히 돌았어,
어제는 어제고 이렇게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데 판 깰 일 있냐?
오늘은 또 우리 같이 마시는 거야! ’라고 하며
혹시라도 그 친구가 덜 마시나 술잔 세어가며 들이 미는 것을
우리는 ‘동이부화 同而不和’라고 쓰고
‘소인처럼 마신다’라고 설명한다.
술 마시는 순간이라도 군자가 되고 싶지만
술자리 속성상 그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라도
맨 정신으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술에 취해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해가며 목소리도 키우고
때로는 취기를 핑계 삼아 조금 과하게 오바(Over)도 해 가며
모든 걸 풀어 헤치는 맛에 술자리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술자리는 체력이 감당할 수 만 있다면
소인배가 되어 동이부화同而不和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음주체력도 어느 정도 고갈이 되어
술자리 취향도 잔수 헤아리는 군자가 되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니
조금은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