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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유감

아치울잡초 2020. 2. 23. 14:20

 

 

 

군자유감

공자(孔子)가 말했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論語)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 군자처럼 마실 수도 있고

또는 소인처럼 마실 수도 있다고 한다.

 

친구가 술을 권하면

나는 지금 한약을 먹는 중이야

또는 나는 어제 너무 많이 마셨어라며 사양할 때

그래? 그럼 조금만 마셔야겠네! ’라고

친구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각자 분별 있게 술을 마실 때

우리는 화이부동 和而不同이라 쓰고

군자처럼 마신다라고 설명한다.

 

그와는 달리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그래? 나도 약 먹는 중이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냥 같이 마시는 거야 !’

뭔 소리야, 나도 어젯밤 꼭지가 완전히 돌았어,

어제는 어제고 이렇게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데 판 깰 일 있냐?

오늘은 또 우리 같이 마시는 거야! ’라고 하며

혹시라도 그 친구가 덜 마시나 술잔 세어가며 들이 미는 것을

우리는 동이부화 同而不和라고 쓰고

소인처럼 마신다라고 설명한다.

 

술 마시는 순간이라도 군자가 되고 싶지만

술자리 속성상 그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라도

맨 정신으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술에 취해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해가며 목소리도 키우고

때로는 취기를 핑계 삼아 조금 과하게 오바(Over)도 해 가며

모든 걸 풀어 헤치는 맛에 술자리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술자리는 체력이 감당할 수 만 있다면

소인배가 되어 동이부화同而不和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음주체력도 어느 정도 고갈이 되어

술자리 취향도  잔수 헤아리는 군자가 되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니

조금은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