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넷, 내 젊은 시절
세차게 퍼붓는 소나기 피하고자 처마 밑에 들어갔다가
그냥 그대로 그곳에 주저앉은 채
일거에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내 평생의 천직(天職) 공직생활은
그렇게 주도면밀하지 못하게 시작되어
또 그렇게 순식간에 끝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그 긴 세월 보내고 흠칫 내 모습 바라보니
머리는 희끗희끗, 눈가 주름은 자글자글
서책한번 볼라치면 돋보기 먼저 꺼내드는
초로(初老)의 그저 그런 사람
‘이제부터라도 존귀한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보자’라며
어느해 마음먹고 시작했던 블로그
또 그렇게 순식간에 세월은 흘러
이제 손가락 꼽으면 다섯개로는 부족해졌습니다.
살아가며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써 정리하고
정리된 글들을 나중에 열어보며 다시 생각 하는 것,
그냥 생각만하고 사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진지한 삶이 될거라 믿어왔습니다.
대롱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나의 좁은 식견
세월을 허송함에서 비롯된 나의 천착한 지혜
그리고 안일함에 익숙해져 버린 게으른 타성
이 모든 행태와 자질은 블러그의 격조를 염려케 만들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어쨋든 붙들고 살아야 할 것 같기에
꼭 잡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