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風水등/전통과옛날것

가보

아치울잡초 2009. 11. 16. 15:00

 

 

 

몇해 전 후배가 “ 중국 다녀오는데 필요한 거 없습니까?” 하기에 쓸만한 벼루 하나 부탁했더니 크고 모양이 화려한 벼루를 사다 주었다.

몇 번 먹을 갈아 보았더니 제법 잘 갈려서 이제는 “재산목록 1호”처럼 되었는데  중국산을 “재산목록1호” 로 정하자니 아무래도 개운치는 않다.

결국 나중에는 물건이 무엇이 되었든 내 “재산목록 1호”는 “국산”으로 대체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골동품이 없다.

위로 백부님이 계셨으니 당연히 우리 부친께서는 대대로 내려오는 골동품을 향유할 권한이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큰댁에도 쓸만한 골동품이 있다는 얘긴 들은 바가 없다.

그래서 인지 아무튼 가보를 가지고 있는 집안이 너무나 부럽다.

내 집 골동품이 없으니 남의 집 출처라 해도 무언가는 골동품을 구해서  가보1호로 삼고싶은 생각이다.

어느 조촐한 선비의 손때 묻은 물건

벼루도 좋고 문갑도 좋고 오래된 책도 좋겠다.

대나무로 짜서 두껍게 옷칠이 된 빛 바랜 문갑,

그 위에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장식, 고리들

오래된 가구들은 우리생활에 안정감을 주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준다고 한다.

화려해서가 아니고 오래되고 정이 들어 놓지 못하게 된다.

 

예전 어릴적, 명절 다가오면 열심히 닦아대던 놋쇠 그릇들,

지푸라기에 재를 묻혀 열심히 닦으면 거무튀튀하던 놋쇠그릇이 금새 반짝반짝 빛나곤 했다.

쓸수록 길이 들고 길이 들어 윤이 나는 그런 그릇 오래 갖고 싶은데 이런 내 맘 몰라주고 조금 쓰면 질린다고 아내는 자꾸만 새것으로 바꾼다.

그래서 가끔은 취향이 다른 아내를 속으로 섭섭케 여기기도 한다.

 

서양사람들은 오래된 가구나 그릇을 끔찍이 사랑하며 곧잘 남에게 자랑한다고 한다.

파이프 불에 탄 흔적 있는 마호가니 책상,

할머니 할아버지가 뜨개질하며 끄덕거리던 등나무 의자 등등.

 

몇 해 전 보스턴에 갔을 때 “유니온하우스”라는 곳에 들어가

“랍스타”를 먹기 위해 줄서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곳은 “존 F 케네디”가 즐겨 찾아 식사하던 곳으로 케네디가 앉았던 의자, 그리고 탁자, 집기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이유로 지금도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 물론 랍스타도 맛이 있었고..... )

그곳에 앉으면 예전의 그 시절 케네디가 연설하던 모습, 재클린과 함께 있던 모습, 끝내는 총에 맞아 짧은 인생 마감하는...

 

남의 얘기일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은 때때로 바쁘고 지친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그리고 새것보다 좋은 것이 아름다운 추억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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