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借屍還魂(차시환혼)이라는 古事이야기 줄거리이다.
‘옛날 李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道力이 너무나 출중하여 겉모습까지 神仙의 풍모를 가지게 되었다.
이 도사는 그 출중한 도력으로 인간계와 선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육체를 떠난 영혼이 잠시 선계가 있는 하늘에 올라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와 보니 자신의 아름다웠던 육신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불태워져 버려 다시는 그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자신의 육신을 잃어버려 고민하던 그 도사는 마침 길을 가다가 죽어 있는 거지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거지의 몸속으로 들어가 인간으로 다시 환생하였다는 고사이다.‘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에 집착하여 새로운 현실을 거부한다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거지의 육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훌륭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면 그 육신은 더 이상 천한 육신이 아니다.
세상에 고정된 모습이란 없다.(物固無常宜)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나를 변화시키는 사람만이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應形無窮爲勝戰)
중요한 것은 어떤 육신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신을 지니고 있느냐 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려운 현실을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借屍還魂(차시환혼)이라는 古事를 새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 대지진과 해일이 진행되고 있다.
진도 9.0으로 사상 네 번째로 큰 지진이라는데 가공스런 헤일이 일본열도를 할퀴고 나간 후 며칠째 크고 작은 여진으로 일본인뿐 아니라 지켜보는 이웃나라인 우리나라 국민들도 그 공포에 전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사람들이 지닌 정신력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지진과 해일이 쓸고 간 텅 빈 거리, 내려앉은 도로 건널목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신호 지켜 건널목 건너겠다는 일본인.먹을 물이 없지만 줄을 서서 아주 조금씩만 식수를 받아 간다.
다른 사람도 함께 마시자는 이유다.
수퍼마켓 앞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 순서가 되면 라면이나 쌀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일 없이 조금씩 사가지고 나온다.
주유소에서 몇 시간 기다리다 정작 차례가 되었는데 기름이 떨어졌다고 돌려보내도 웃으면서 받아들인다.
지극히 평온한 얼굴 표정, 질서 있는 행동, 남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
도대체 일본사람들은 어떻게 정신력을 키워 왔을까?
그러나 지겹도록 계속되는 여진과 해일의 공포 속에서 일본사람들의 인내력도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
마침내 이런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아직까진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일본인들의 성격이 온순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 되다시피 한 지진에 대한 훈련과 또 한편으로는 설마 대지진까지야 하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의 대지진 공포감에 서서히 비상 식료품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일명 사재기인 것이다.
앞으로 모두가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절대로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공포의 날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일본인들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제발 모두가 느끼는 그 공포가 여기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
이제 일본은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갈 기력을 차츰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힘을 합쳐 일본이 이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결코 예뻐할 수 없는 일본이지만 일본의 이 어려운 난관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하며
또한 일본인들이 어려움 속에서 보여주었던 그 숭고한 정신력만은 다시 살아나고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