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樂一 顧(백락일고)는 백락이 한번 돌아보다 라는 뜻이다.
‘아무리 뛰어난 명마(名馬)라도 백락(伯樂)을 만나야 진가(眞價)가 드러난다’는 뜻이다.
이것은 곧, 재능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백락은 주나라 사람으로 본명은 손양(孫陽)이다.
그는 진(秦)나라 임금 목공(穆公)이 탈 말을 고르고 훈련시키는
유명한 말 감정사이자 조련사였다.
원래 백락은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별자리의 명칭인데 손양이 말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어느 날 말장수가 백락을 찾아와 “저에게 훌륭한 말 한 필이 있어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도 사려하지 않으니 오셔서 말을 좀 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백락은 기꺼이 승락하고 시장에 가서 그의 말 주변을 빙빙 돌면서 힐끗 힐끗 바라보다가
그곳을 떠날 때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이 말을 구하기 힘든 명마라고 여겨 앞을 다투어 사려고 하는
바람에 말의 값은 순식간에 껑충 열배나 뛰어 올랐다.
이 우화에서 말을 파는 남자의 교묘한 점은 ‘저 말을 감정하고 준마라고 말씀해주십시오’ 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백락같은 권위자에게 정식으로 감정을 의뢰한다면 사례비로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이다.
또 백락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권위가 걸린 일이 되니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감정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백락이 시장에서 말을 두세번 정도 돌아보는 정도라면 백락에게나 그 남자에게나
손해날 일은 별로 없으면서도 선전효과는 충분한 것이다.
권위에 굴종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삼국지의 조조도 당시 유명한 인물평론가인 허소로 부터 자신에 대한 감정을 강요하여
‘君淸平之姦賊 亂世之英雄’ (군청평지간적 난세지영웅)
이라는 평가를 받아낸다.(後漢書열전 제68)
‘당신은 태평한 세상에서는 간적(姦賊: 간사한 도둑)이지만
난세(亂世)에는 큰일을 해낼 인물이다’
.'姦賊 간적' '姦雄 간웅'의 '姦'은 이 경우 '奸'과 같은 뜻으로,
"나쁜 지혜가 작동하다" 는 의미다.
100% 칭찬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말을 들은 조조는 크게 기뻐하였다.
갓 세상에 나온 신출내기가 그 방면의 권위자에게 칭찬을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며 대개는 무시당하게 마련이다.
당시 신출내기에 불과했던 조조로서는 당대의 유명한 인물평론가인 허소로 부터 인물평을 받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이리하여 유명해진 조조는 황건적을 토벌하고 천하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천하의 영웅 조조도 권위에 굴종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냈던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요즘 정치가들도 이렇게 권위를 이용하는 정치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자신을 크게 부각 시키는 쇼맨쉽을 한다.
나 또한 권위를 이용하여 내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이번에 내가 이용했던 권위는 내가 스스로 축적한 특수이력, 인적 인프라
그리고 나의 이것을 인정해 주는 기업오너와 몇몇 핵심인력들이다.
나이가 들어 평생 일해 왔던 공직일선에서 퇴직을 하게 되었으나 여의도에 자리 잡은
권위있는 중견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SC 패밀리 테크노센터’ 건립이라는 멋진 프로젝트 매니저 임무가 주어졌고
지금 성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오너와 몇몇 핵심인력들의 권위를 이용하여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서로간의 믿음을 지켜내는 일만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