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虛作談論

春女思 秋士悲

아치울잡초 2006. 10. 12. 18:43

"추석을 앞두고 적어논 글"

 

 

春女思 秋士悲

“봄날의 여인은 사랑에 설레고,

가을철의 선비는 슬픔이 많다는 뜻”

 

사내로 태어나 큰 뜻을 못 펴고 또 속절없이 한 해를 넘기는구나
하는 悲感이 짙어진다는 뜻이다.

 

秋夕이 다가오면서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가을을 느끼게 된다.
선비연하면서도 日常은 市井雜輩에 불과한 나도가을을 느끼며 역시 지난날의 아쉬움에 悲感이 서리게 된다.

 

이번 秋夕에는 보름달을 보며
“최순우”선생께서 말씀하셨던 “달항아리”를 생각하련다.

둥그런 백자가 달 덩어리 같다고 “백자 달항아리”라 부르고아무런 장식 없이 고운 색깔 아랑곳 않고 오로지 흰색으로 구워낸 어리숭하게 생긴 둥근 맛.흰색으로 구워냈지만 흰색이 전부랄 수 없는 만가지 색
어떠한 무늬와 색깔을 넣지 않은 채 그냥 그대로이고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둥그런 원도 아닌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

의젓한 곡선의 아름다움

결코 모르고는 만들 수 없으나

계산을 초월한 천연스런 아름다움
옛날 그 항아리를 빚어내던  도공들의 흥취와 여유를 더듬어 보련다.
無色, 無味, 無心의 경지를 .......

 

얼짱, 몸짱, 무슨 짱, 무슨짱, 귓전을 울리고 잘생기고 빈틈없고 컴퓨터처럼 완벽함이 미덕이 되고

공연히 말 한마디 잘못하면 네티즌인가 뭔가 벌떼처럼 달려들고
또 하루하루 24시간 꽉 짜여져 빈틈없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보아야 할 것들, 알아야 할 것들, 먹어 봐야 할 것들.
만나야 할 사람들, 다녀와야 할 곳들, 확인해야 할 것들......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가 종착역인지 모른 채 그저 정신없이 앞으로 향해 가는

 

오늘을 사는 群像들의 불쌍한 旅程

올 추석 나는 돌아갈 고향 없으니 내 처한 곳에서 보름달 보련다.
푸른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선비의 슬픔을 달래봐야지.

 

조금 일그러졌는지, 둥근 원인지,차라리 어리숙해 보이는지 아니면 순진하게 보이는지

보름달을 이리저리 살피며 여유 있고 편안한 마음을 즐겨보련다.
그리고 가장 덜 바쁘게 지내고 無色, 無味, 無心의 境地를 느껴보련다.
올 추석엔.....

'虛作談論 > 虛作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과 지는해  (0) 2006.10.23
家寶가 있었으면  (0) 2006.10.19
담양의 “소쇄원”입구 대나무숲  (0) 2006.10.12
감각적 세계 보다 내면적 세계를  (0) 2006.10.12
여백의 의미  (0) 200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