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소쇄원”입구 대나무숲 (조광조의 문하생 梁山甫)
여름의 대숲은 다른 활엽수처럼
비린내 나는 습기를 내뿜지 않는다.
대숲은 늘 스스로 서늘하고 잘 말라서 질퍽거리지 않는다.
대나무로는 무기도 만들고 악기도 만든다.
죽창과 피리가 모두 대나무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죽순이 나와서 50일 안에 다 자라 버린다.
더 이상은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 다만 단단해 진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치 않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할 자리가 비어 있다.
왕대는 80년에 한번씩 꽃을 피운다.
눈이 내리듯 흰 꽃이 핀다.
꽃이 피고나면 대나무는 모조리 죽는다.
꽃 속으로 모든 힘이 다 들어가서 대나무는 더 살수가 없다.
대꽃은 흉흉하다.
담양의 노인들은 “대꽃이 피면 전쟁이 난다”고 말한다.
대나무 숲은 삶의 모든 국면을 다 끌어 안고서도
그 성질은 차고 단단하다.
미쳐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의 번뇌를 죽순이 다스린다고
옛 의학서적에는 적혀 있다.
대나무 숲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