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영화를 보았다. 두 번씩이나
평소 “광대 패거리”들의 행태가 관심 있었고
그들로부터 “시나위”라는 우리 전통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광대 패거리”들의 출현은 늘 나의 관심 사항이었다.
조선시대 연산조를 배경으로‘광대’를 내세워
절대권력자 왕을 희롱하는 광대 놀이판의 신명은
보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풍자와 해학의 주체인 광대들을 보며 삶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대리만족과 공감대를 얻었다.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었던 왕마저도 부러워했던 광대들의 자유는
비단 왕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이었고.....
첫 번째, 먹고 살기 위해 한판 놀아라!
“왕을 가지고 노는거야!
개나 소나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노는게 뭐가 대수야?”
두 번째, 목숨을 부지하려면 한판 놀아라!
“왕이 보고 웃으면 희롱이 아니잖소! 우리가 왕을 웃겨 보이겠소!”
“왕께서 보고도 웃지 않으시면 네놈들의 목을 칠 것이다”
세 번째, 누군가의 목숨을 걸고 한판 놀아라!
“경극을 할 때마다 누가 작살이 나니 살 떨려서 하겠어 어디?”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자유로운 삶의 모습을 과거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영화적 재미로 나타낸 <왕의 남자>는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시그널 음악이 “인연”이란 이선희 노래였다.
장생과 공길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그리고 "인연"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 ” 애절한 가사...
영화를 보고 노래가 좋아서 CD를 구해서 오랫동안 들었다.
그리고 “인연”이란 제목에서 생각이 나서
오래 전에 읽었던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 “인연”을
다시 구해 손에 쥐고 다시금 읽어보게 되었다.
“인연”이 무언지, 어떤 내용이었던지 좀 가물가물해서.....
“피천득 선생이 17세에 일본 유학 길에 만나
인연을 맺었던 아사코
아침 일찍 태어나 朝子 아사코라고....
성심학원 교실로 되돌아가 가져온 하얀 운동화,
헤어질 때 선물로 준 손수건, 반지
그리고 10년후 27세 때의 두 번째 만남, 쉘부르의 우산
또 10년후 세 번째 만남, 빨간 뾰죽지붕, 창백한 얼굴
수필 말미에는 잊지 못할 名句
“그리워 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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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이선희 콘서트”가 있어서 갔더니
공연 시작때 이선희가 나와서 나레이션을 시작하는데....
“그리워 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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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목소리를 들으며
‘영화와 문학과 음악이 “인연”이란 끈으로 이렇게 묶여있구나’
하고는 묘한 감동에 젖었었다. 전율까지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