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於親이면 子亦孝之하나니 身旣不孝면 子何孝焉이리요
어버이에게 효도하면 자식역시 효도한다.
자신이 이미 불효하면 자식이 어찌 효도하겠는가?
작년 여름 사랑하는 내 어머니께서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세상 떠나면 장판 밑을 잘 뒤져 보아라”라는 말씀을 남기신 채.
어머니 유품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장판 밑을 보았더니 동네 마을금고통장이 나왔고 그 안에 무려 2천만원이 적립되어 있었다.
평소 생활비 타 쓰는 것도 늘 부담스러워하며 생선 한 마리 사려면 몇 번이고 망서리시던 알뜰하신 어머니셨는데 어찌 이리 큰돈을 지니셨던지.......
자주 다니시던 병원에서 병원비가 평소보다 조금 많이 나오면 아들에게 부담된다고 걱정하시던 모습이 아버지께서 곁에서 보시기 너무나 안타까우셨다는데 그래도 장판 밑의 통장은 전혀 건드리시지 않으셨던 걸 보면
생전에 꼿꼿하셨던 성격 그대로 작심하시고 실행하셨던 것 같았다.
나중에 마을금고 여직원을 찾아가 설명을 들었더니 아주 오래전에 어머니께서 마을금고를 찾아가 창구 여직원에게 “내가 셈 할 줄도 모르니 아가씨가 수고 좀 해줘요” 라시며 계속 저축을 하시더란다. 얼마나 모아졌냐고 물으시며.......
아버지의 제안으로 1남 4녀가 모여서 어머니의 장판 밑 유산 배분을 위한 가족회의를 열었다.
누님 왈 “평소 부모님 부양을 아들이 했으니 그건 마땅히 아들 몫이지”
동생들도 모두 찬성하고 흔쾌히 마을금고에 가서 유산 포기를 위한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가족들이 다 흩어지고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난 네가 매월 보내주는 생활비로 충분하니 엄마가 남긴 돈은 네가 가져다 요긴하게 써라.”
“아버지! 저는 따로 쓸 일이 없으니 평소 신세졌던 친구 분들께 한턱 거하게 쏘세요,
신세진 친구분들 누구신지 잘 생각하셔서 아마 당분간 계속 쏘셔도 될 겁니다!”
아버지 말씀 들어보면 친구 분들과 잘 가시는 곳, 동대문 시장통 순대국집 정도니 한동안 베푸셔도 충분할 거다.
“글쎄! 그럼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 아버지께서 이내 말씀을 거두셨다.
몇 달 지난 뒤 아버지께서 나에게 호기롭게 말씀 하신다.
“애비, 너 돈 필요치 않니? 필요하면 갖다 써라!”
아버지께서는 어머님이 물려주신 통장을 깨서 쓰실 생각이 없으셨던 거다.
그리고 나와 마주 치실 때 나 에게 가끔씩 똑같은 한마디를 건네신다.
돈 필요 없냐고, 갖다 쓰라고.
내리사랑이라는 말 때문에 그런 것일까?
요즘 주변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고자녀들을 위해서는 결코 아까운 것이 없지만
반면에 부모님께는 점점 인색해지고 무관심해진다고 한다.
노인은 생각할수록 귀찮고 불편한 존재로 여기며 그래서 방치된다고 한다.
이것이 사회문제이고 이 시대를 사는 노인은 모두가 “독거노인”이 된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나 나는 너무 과장된 얘기라는 생각이 들고 일부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노인을 부양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생을 자식 걱정으로 일관하시고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주셨던 내 부모님.
내 어머니, 내 아버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리하게 저며 오며 지난날 지극 정성으로 부모님 뜻을 살피지 못했던 일이 후회로 남을 뿐이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나무가 고요하고 싶으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아버지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열 자식을 기를 수 있지만, 열 자식은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자식이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고 싶어도 이미 때늦어 돌아가시고 계시지 아니함을 가슴치며 슬퍼하는 말이다.
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그날도 예외 없이 3,000명이 넘는 외로운 노인들이 종묘에 모여들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날이 노인의 날인 줄도 모른 채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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