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虛作談論

신묘년 새해에는

아치울잡초 2010. 12. 30. 10:37

 

 

 

 

 

새로운 한해가 시작 되었다

 

라디오방송에서 들었던 일화

 

초등학생 아들이 가쁜 숨 몰아쉬며 산꼭대기 올라오자 함께 등산하던 아버지가 물었다.

“등산이 힘드냐? 공부가 더 힘드냐?”

잠시 생각하던 아들녀석이 대답한다.

“등산이 더 힘들어요”

“그래? 공부도 만만치 않을텐데? 왜 등산이 더 힘들까?”

“공부는 하는 척 할 수 있지만 등산은 하는 척 할 수만 없잖아요”

 

비록 초등학생의 답변이었지만 듣는 순간 머리를 뭔가로 세차게 맞은듯 '띵'한 느낌이 왔다. 

‘공부’하는 것처럼 모든 일을 하는 척만 하며 살아오는 사이에 세월은 그렇게도 많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다.

 

왜 그리 바빴는가?

바쁘게 살자 라는 것만이 생에 대한 유일한 목표는 아니었던가?

무엇 때문에 바빠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그저 정신없이 바쁜 척 살아온 것만은 아니었던가?

 

生事事生 省事事省 (생사사생 성사사성)

일을 만들면 일이 자꾸 많아지고 일을 줄이면 일이 점차 없어진다는 명심보감 存心篇에 나오는 말이다

일에 쫓기면서 바쁘게 살았던 일상생활 가운데 꼭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은 없었던 것인가?

부질없는 일에 매달려 바쁘게 살기 보다는 일을 줄이고 자성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왜 이제야 드는 걸까?

조금 더 맛있는 것, 좀 더 보기 좋은 것, 듣기 좋은 것, 재미난 것, 수지맞는 것이 뭔지 정신없이 두리번대며 허둥지둥 살아왔다.

감각적인 즐거움에 빠지다 보니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 괴상한 모양, 괴상한 맛, 괴상한 소리까지 찾게 되고

그러다보니 그런 것들이 세상의 최고 가치인양 착각하며 어느 샌가 그 앞에 무릎 꿇고 경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왜 감각적인 것에만 탐닉하였을까?

근원적인 것 내면의 세계는 왜 등한시 하였나?

감각적인 즐거움만으로는 전부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지나간 세월이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오색영인목맹 오음영인이농 오미영인구상)

 

                           - 도덕경 제12장 -

 

다섯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 

다섯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

다섯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집니다.

 

이제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일을 만들기 위한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는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보자.

 

내가 가진 것, 내가 하는 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

이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들이 진정 풍요로운 삶이라 여기며.

 

駕一葉之輕舟 擧匏樽而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가일엽지경주 거포준이상촉 기부유어천지 묘창해지일속.

애오생지수유 이장강지무궁

 

- 蘇東坡의 赤壁賦 中에서 -

 

잎새 한잎 좁은 배 타고 술잔 들어 서로 권하고

하루살이 인생 天地에 의지하니 넓은 바다 좁쌀 한 알 이로구나.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長江의 끝이 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판소리나 회심곡을 듣다보면 ‘묘창해지일속 渺蒼海之一粟 ’이라는 가사가 자주 나오는데 넓고 푸른 바다 위 한 알의 좁쌀이란 뜻으로 인간이란 한없이 넓은 바다 위의 한 알의 좁쌀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비유하는 말이다.

청춘가! 이 노래 가사에도 渺滄海之一粟이 나온다.

젊은 시절에는 청춘가를 듣고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나이 들수록 가사가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1. 이팔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2. 청춘홍안(靑春紅顔)을 네자랑 말아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누나

5. 여울에 바둑돌 부딪껴 희구요 이내몸 시달려 백발이 되누나 

6. 상만사를 생각을 하며는 묘창해지일속(渺蒼海之一粟) 이로구나 

7.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8. 천금을 주어도 세월은 못 사네 못사는 세월을 허송을 말아라 

9. 진나라 시황도 막을 수 없었고 한나라 무제도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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