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극추모원’에는 사슴우리가 있었다
짝도 없는 꽃사슴 한 마리가 커다란 우리를 외롭게 지키고 있었는데
사슴 우리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인지
대체적으로 조문객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었다.
슬픔에 젖은 조문객들은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여
다른 아무것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없게 마련이다.
한쪽 켠에 있는 외로운 꽃사슴에 눈길을 줄 마음의 여유가 없고
‘제사단’을 거쳐 ‘안치소’를 돌아보며
고인에 대한 추모행사를 마치게 되면
그들이 타고 왔던 차를 다시타고 황망히 떠나버리게 된다.
어머님에 대한 추도행사를 마치고 일부러 ‘사슴우리’ 쪽으로 갔었다.
그런데 부모를 따라 이곳에 온 듯한 예쁘장한 여자 어린아이가
부모들과 떨어져서 꽃사슴에게 계속 풀을 뜯어주고 있었고
꽃사슴은 사슴우리를 사이에 두고
그 어린아이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내미는 풀을 받아먹고 있었다.
“너 참 예쁘구나! 사슴이 배가 고픈지 잘 받아 먹네!”
아이도 예쁘고 하는 짓도 예뻐서 한마디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아이는 거부감없이 사진찍는 동안 포즈를 잡아준다.
“얘는 불쌍한 꽃사슴이예요” “한쪽 눈이 없어요!”
다시 한번 꽃사슴을 보니 어디에 다쳤었는지 정말 한쪽 눈이 없다.
꽃사슴 얼굴에 덤불도 묻어 있고
또 그리 눈을 크게 뜨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심코 바라보면 그 꽃사슴이 외눈인지 잘 알 수 없을 듯 하였다.
아이는 그 ‘외눈 꽃사슴’이 불쌍한지 풀을 뽑아다 먹이느라고
사슴우리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우리가 그곳을 떠나 집으로 향할때까지도 아이는 계속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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