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 矜而不爭 群而不黨 (긍이부쟁 군이부당)

아치울잡초 2013. 6. 24. 11:42

 

 

 

김대중대통령의 오른팔 노릇하던 한광옥씨가 지난 대선에서 대열을 이탈 하여

변절자 소리를 들으며 박근혜캠프로 옮겨 앉더니 논공행상의 일환으로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되었다.

 

DJ의 같은 정치적 동반자였던 김옥두전의원이 한화갑·한광옥 전 대표의 박 후보 지지 선언에 대해

보냈던 편지가 생각난다.

 

“이보게, 내 친구 화갑이, 이러면 안 되지 않는가.

자네가 내 눈에 피눈물을 나오게 하는가.

나중에 우리가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김대중 대통령님을 뵙겠는가.”

하고 섭섭한 심기를 편지로 써내려 갔던 기억이 난다.

 

글쎄, 무엇이 성공한 인생일까?

지조를 최고의 가치로 알고 그것을 굳세게 지키며 살아야하나?

내 한몸 지조는 잠시 젖혀두고 세상에 순응하면서

善政을 펼쳐 백성을 잘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역사속에서 지조를 지키다 스러져간 위인들의 이야기는 종종 회자된다.

눈앞의 모든 회유를 뿌리치며 지켜내기가 그 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며

그런 삶의 자세가 귀감이 된다고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내 한몸 지조는 버렸지만 그 다음에 정말 훌륭한 삶을 살아

그 살았던 삶을 귀감으로 여기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아마 후세의 史家들은 정신적 가치인 ‘지조’를 중히 여기고 현실적 가치인

‘변절자의 선행, 선정’ 등은 도외시하는 성향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국민통합위원장에 ‘한광옥 임명’이 현실화 되었다.

한때는 반대편 진영에 속했었지만 彼我區分(피아구분)보다는 통합을 위하여

살신성인한 공신에게 통합위원장을 맡긴다는 이유일 것이다.

‘국민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어 낼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국민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국민통합은 국가의 조직이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이 시대 정치 행태를 살펴보고 긍정하는 마음이 솟아 날 때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국민통합이 아닐까?

 

<논어에서 이야기 하는 패거리>

 

矜而不爭 群而不黨 (긍이부쟁 군이부당) --- 論語 衛靈公編

 

“군자는 떳떳하게 행동하지만 다투지는 않고

무리지어 어울리기는 하지만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

 

떳떳하게 몸가짐을 하는 것을 矜(긍)이라 하고

조화롭게 남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群(군)이라고 한다

 

군자는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자신의 뜻을 꺾지 않는다.

누가 이익으로 유혹하고 다툼을 벌인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군자는 마음을 열어놓고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잘 어울린다.

그러나 사사로운 이익을 좇아 마음을 빼앗기거나 패거리를 짓지도 않는다.

 

고향을 떠나 살면 고향까마귀도 반갑다는데 같은 고향 출신이면 아무래도 정이 더가기 마련이고

같은 패거리끼리 돕는 일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처음에는 훈훈한 인정으로 시작하지만 그러나 나중에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될 때

이미 그때는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게 된다.

 

정당은 어차피 패거리이며 오늘날의 정치는 분명 패거리 정치이다.

그러나 그 패거리가 사사로운 이익을 좇아 마음을 빼앗길 때

군자는 커녕 소인배들의 패거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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