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 우리동네 뒷동산

아치울잡초 2013. 6. 3. 17:13

 

휴일 새벽 일찍 깨어나 뒷동산에 올랐다.

남들은 휴일이면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면서 피로를 풀고

하루종일 뒹굴뒹굴 게으름 피며 또 다가오는 한주를 준비한다는데

나는 역마살이 끼었는지 휴일도 새벽이면 더 일찍 깨어나고

그저 침대위에서 눈을 감고 뭉기작거리려고 시도해보지만

온몸이 여기저기 배겨나서 견딜수 없어 스프링처럼 튕겨 나간다.

 

현관문 나서서 몇 계단 올라서면 뒷동산,

아파트단지 조성시 태초(?)부터 원래 있던 산을 살려서

산책로를 만들고 가로등을 세우고 운동기구를 군데군데 설치하고

약수터도 있고 단지를 잇는 구름다리도 있고 아기자기한데

왕복 40분 코스가 오로지 산책로로 연결되어 참 좋다.

 

숲이 내뿜는 비릿한 새벽공기에 커다랗게 들숨 내숨 몇 번하고

팔을 벌리고 온몸을 비틀며 산길을 오르내리면

한주간 부대꼈던 세상잡사 훌훌 털어낼 수 있고

새소리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산책로 주변에 피어있는 노랑색, 하얀색 야생화 구경하다보면

산책로가 오히려 좀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드문드문 장미가 피기 시작했다.

 

한양 땅에서 공기 좋은 아파트에 살며

이처럼 좋은 산책로를 향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知足可樂(지족가락)이요 務貪則憂(무탐즉우)니라

‘만족할 줄 알면 즐거울것이요,

탐욕에 힘쓰면 근심이 있느니라‘라는 말씀이 새롭다.

 

그런데도 아내는 가끔 너무 적적하다며

소란스럽고 번잡했던 옛적 동네를 그리워한다.

사치스럽게 복에 겨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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