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정도야!
천만다행으로 네 이름을 정도라고 짓는 바람에 이 애비 정신없이 살다가도
네 이름 때문에 가끔씩 ‘정도’,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된단다.
이렇게 작명 요행수가 다행수가 되기도 하는걸 보면
그래도 세상이 가끔씩 내게 미쳐 생각치 못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구나 싶다.
아들아! 너는 약속이 무슨 의미이고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
약속은 자신과의 약속, 남과의 약속 그리고 공공의 약속이 있단다.
물론 어느 것이 중하고 경하고를 떠나 지키자고 정한 약속일진데
지키지 않을 약속이라면 당연히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며
함께 사는 우리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하여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단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인격이 파괴되어 소, 돼지와 다를 바 없이 되며
남과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아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공공이 정한 약속(법)을 어기면 벌로서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며
신체를 구금하여 가두기도 한단다.
모두가 약속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불상사가 아니겠느냐?
그런데 우리 앞에 벌어지는 작금의 행태는 도무지 이해 안가는 구석이 많구나.
지난 연말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공공의 약속을 했었고
나랏님만 시켜주면 무슨일이 있어도 그 약속 지키겠노라고
백번 다짐을 하지 않았었느냐?
그런데 웬일인지 사계절 한번 지나가나 싶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 들고 변명을 해대는구나.
진정어린 사과도 아니한 채 되려 남 탓만 해대니 쯧쯧......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려 학생들 도와주겠다 했었지?
그런데 아무래도 안 되겠단다.
그냥 빚내서 다니라는 것인가보다.
예전에 한 약속, 식언(食言)인지 허언(虛言)이었던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딴청만 부리는구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절대 않겠다더니만
자기네 사람 줄줄히 사장으로 임원으로 앉혀 놓고서는
1년에 100명 조금 넘는 숫자이니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왜 괜한 지적질로 피곤하게 구냐며 사납게 반응을 하는구나.
‘방귀 낀 놈 오히려 성 낸다’고 하더니만
사장을 자기식구 앉혀 놓고서는
‘공공기관 개혁이 안 되는 건 순전히 경영진과는 관계없는
오로지 노조 탓’이라며 성깔을 부려대고 노조를 손보아줄 태세로구나.
65세 넘는 어르신들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나 기초노령연금 20만원씩 주겠다 했었지만
이제 와 보니 돈이 모자란다나?
부자 노인에게 주는 건 잘못된 거라나?
아니 누가 달라고 했나?
자기들이 알아서 주겠노라고 재삼 약속해 놓고는
이제와서 궁색한 변명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하단다.
공공(公共)이 정한 약속인 법(法)을 어기면
경중과 사안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며
신체를 구금하여 가두기 하는데
나랏님이 공공연하게 민초들에게 대놓고 TV에서 하신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떤 제제를 가할수가 있나 궁리해 보지만
민초가 할 수 있는 제제라고는 별무신통이더구나.
그렇다고 공공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에 대하여
동조, 방조, 묵인하는 것도 죄가 될 터이니
속수무책 필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잘못된 행태를 마음껏 비방이나 조롱하는 일밖에 할수가 없단다
그런데 엊그제는 프랑스 언론이
우리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에 대해 무참히 조롱을 하더구나.
우리끼리야 자국민인데 지지고 볶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래도 코큰놈들에게 조롱을 당하니
반만년 역사를 가진 국격있는 나라의 민초로서
망신살 뻗친 느낌이 들어 불쾌하기 이를데 없더구나.
그래서 해 넘어갈 무렵 친구불러 술한잔하고 떨어져 잤단다.
아들아! 이토록 약속준수를 경시하는 세상에서
너는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약속을 하지마라!
그러나 이미 약속을 했다면
네 이름 ‘正道’가 부끄럽지 않게 반드시 지키거라!
출근시간을 엄수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남에게 신뢰를 얻도록 행동하거라!
그리고 정도(正道)가 아니라면 가지 말거라!
내가 자주 읊어대던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되
자신과 정한 약속은
가을 서리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지켜야 하는거란걸 잊지 말거라
삼군가탈수 필부불가탈지야(三軍可奪帥 匹夫不可奪志也)라고 했다.
삼군을 호령하며 거느리지만 약속을 가벼이 여기는 적장을 취하는 일보다
약속을 중히 여겨 굳게 지키는 필부 한사람의 그 마음 빼앗는 일이
훨씬 힘들다는 古事를 잊지 말거라.
그런 필부의 마음이 진정한 '사나이의 마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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