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귀한 선물

아치울잡초 2014. 8. 28. 14:36

 

 

 

 

 

추석절이라고 마늘 한 접을 선물로 보내왔다.

그리고 마늘이 담긴 상자에는 다음과 같은 문안이 적혀 있다.

 

원산지 경북의성군

특유의 알싸한 향과 강한 매운맛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제 고향 특산물인

의성육쪽마늘을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명절을 앞두고 고향 특산물인 마늘을

애향심을 가득 담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을 한다.

명절이면 매번 받기만 하여 민망하기야 이를 데 없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이다.

 

명절에 어릴 적 놀던 고향생각 나게 하고

고향의 특산물을 사 주며 고향에 실질적 도움도 주고,

그래서 자연스레 고향 특산물 홍보도 해준다.

심하게 高價가 아니라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명절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서

받는 사람들 마누라가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선물이다.

 

그와는 동네 테니스장에서 만나 서로 간에 인연을 맺고

함께 운동하고 땀 흘린 뒤 마주앉아 술자리 하곤 했었다.

고향이야기며 그러저런 세상잡사 설왕설래 나누곤 했는데

고집스레 붙잡고 살던 옛것과 전통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여

만나면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었다.

 

그는 사업가다운 실행위주의 철저함을 좋아하여

行百里者 半九十里(행백리자 반구십리)라고

백리를 가려가든 구십보를 반이라고 여겨라라고 건네 오면

 

나는 그의 회사명을 염두에 두고

成人之美不成人之惡 小人反是(성인지미불성인지오 소인반시)라고

군자는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하고 남이 잘못되는 것을 싫어한다.’

라고 화답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가 경영하던 회사명은 多成건설이었다

 그는 사업가로 나는 공직자로

서로가 각자의 행보에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서로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가 소중하게 여겨져서

가끔 그의 소식이 들려 올 때면 귀를 쫑긋하곤 했었다.

 

명절선물만 꼬박꼬박 받고 민망하던 차에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는 자식의 혼사를 전해왔었다.

그동안 신세를 너무 많이 진 나는 당연히 예식장에 갔었다.

쉐라톤워커힐 식장에 당도하니

으리으리한 곳에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는데

주최 측이 빈객의 축의금을 일체 사양하여

또 한번 나는 민망한 사람이 되고 말았었다.

 

人到無求品自高 (인도무구품자고)

사람이 구하는 것 없으면 스스로 품위가 올라 간다고 했는데

그는 이 말을 실천하며 사는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이제는 모든 여건으로 보아 그만 둘 때도 된 것 같은데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결같이 보내주는 명절선물은

나를 번번이 민망한 녀석으로 만들어 버리고야 만다.

 

그리고 나도 민망함을 덜기위해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답이 쉽게 나오질 나온다.

공연히 선물에 화답한다고 무엇을 보내봤자

그가 정성껏 보낸 선물 값어치나 떨어뜨리는 일이 될 테고

그렇다고 명절마다 계속 민망한 놈으로 남을 수도 없고

다음 명절 오기 전까지 심각하게 풀어야할 숙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