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소백산 눈꽃산행

아치울잡초 2017. 1. 22. 15:51

산사나이 후배가 소백산 눈꽃산행을 제의해 왔었다.

경험이 없어 생소하였으나 좋은 기회라 여기고 수락하였다.

겨울철 등산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준비물을 잔뜩 적어 보내왔다.

나의 등산이력은 동네뒷동산 등산이 거의 전부라 해도 무리가 아니었던터라 겨울산행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너무 복잡하다. 내복이나 껴입고 기모바지 입고 갈께했더니 어이없는지 설명은 않고 등산 가기전 식사나 한번 하자고 하였다.

며칠후 약속된 장소에 갔더니 커다란 배낭을 가지고 와서 속에서 꺼내는데 에스키모 장갑이며 스패치며 목도리에 두건 그리고 또 이름도 모르는 기타등등, 최소한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며 전해준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고맙기도 하였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준비없이 겨울산행 했더라면 고생지지리 했겠다 싶어 순간 아찔하기도 했었다.

 

새벽에 사당동에서 버스를 타고 단양까지 가서 소백산 눈꽃산행이 시작되었다.

순백의 대지위에 거뭇거뭇 나뭇가지 뒤엉켜 있고 그 위에 하얀 눈꽃이 소복히 피어나 조화를 이룬 상고대가 지천.

능선에 오르자 눈을 뜰 수 없게 몰아치는 세찬 칼바람.

목도리 치켜올려 얼굴 잔뜩 감싸도 그나마 가릴수 없어 살짝 나온 볼태기는 매서운 바람에 떨어져 나가는 듯 했었지만 그래도 폐부를 찌르는 상쾌한 청량감은 모든 불편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했다.

눈앞에 펼쳐진 능선위로 등산객의 행렬은 뱀꼬리 처럼 끝없이 물고 이어져 나아가고 마침내 비로봉에 오르자 표지석 근처에는 발디딜 틈도 없었다.

설경은 역시 정상근처가 압권이었다.

그러나 너무 추워 장갑을 벗을 수가 없어서 어거지로 몇 컷만 얼른 찍고는 가슴에 담아두기로 했다.

눈길 산행은 하산이 더더욱 힘들었다.

안 미끌어지려고 힘을 잔뜩 주었더니 여기저기가 뻐근했다.

그나마 평소 테니스로 단련된 체력인지라 낙오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차장에 내려오니 꼴찌 도착이었다.

그래도 일행들이 겨울철 첫 산행치고는 대단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귀경길에 버스속에서 첫 눈꽃산행 소감을 발표하란다.

알파산악회 회원님들 대단하십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산행하시던데 너무 열심히들 하셔서 일행중 초보산행자가 질척대는데 쳐다도 안보고 가십디다.’

웃자고 한마디하고는

퇴계선생의 사청사우(乍晴乍雨)’가 생각나서 이야기했다.

화개화사춘하관 花開花謝春何管

운거운래산부쟁 雲去雲來山不爭

꽃이피던 꽃이지던 봄은 상관하지 않고

구름가던 구름오던 산은 다투지 않는다.

 

끝없이 펼쳐진 장엄한 설경, 구불구불 한없이 이어진 능선

모든 것을 날려 버릴듯한 세찬 칼바람.

장엄하게 펼쳐진 변함 없는 자연을 보며

조석으로 변하는 인간심사가 다시한번 부끄러워졌다고

 

 

 

 

 

 

 

 

 

 

 

 

 

 

 

 

 

 

 

 

 

 

 

 

 

 

 

 

 

 

 

 

 

 

 

'虛作談論 > 하루 또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운탁월(烘雲托月)  (0) 2017.02.14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0) 2017.02.07
구름도 가고 달도 가고  (0) 2017.01.10
견지망월(見指忘月)  (0) 2017.01.02
송년회 노래준비  (0) 201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