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혼란유충신(國家昏亂有忠臣

 

파주 임진강가에 자리 잡고 있는 반구정(伴鷗停)이라는 작은 정자는 세종조의 명상 황희( 黃喜)정승의 정자이다.

18년간의 영상직을 마치고 90세의 천수를 다할 때까지 갈매기를 벗하며 그의 노년을 보낸 곳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영상의 정자 세조의 모신(謀臣) 한명회(韓明澮)의 호를 따서 지은 강남의 압구정(狎鷗亭)이 있었다. 반구정의 '반'(伴)과 압구정의 '압'(狎)은 둘 다 '벗한다'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갈매기를 벗하며 지낸다는 곳이었다.

정자의 주인이었던 황희 정승과 한명회,

두 사람 모두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영상의 자리에 올랐던 재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언제나 명상(名相)의 이름으로 칭송되지만 또 한 사람은 모신(謀臣)의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세종의 찬란한 업적 뒤에는 언제나 황희 정승의 보필이 있었으나 그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있었고 심지어는 물러나 임진강가에서 갈매기와 벗하며 살았을 때에도 얼마나 소탈했던지 그가 당대의 재상이었음을 아무도 몰랐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한명회는 그의 두 딸을 왕비로 들이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었고 한명회가 세웠던 압구정이라는 정자는 갈매기가 강가에서 평화롭게 노닐어 당시에는 중국 사신들도 구경하고 싶어할 정도로 명소였었지만 그는 나중에는 결국 부관참시(剖棺斬屍)의 화를 당한 권력자였을 뿐이었다고 한다.

이 두 정자는 다 같이 노재상이 은퇴하여 한가로이 갈매기를 벗하며 여생을 보내던 정자였지만 반구정은 지금도 갈매기를 벗하며 철새들을 맞이하고 있는 반면에 압구정은 이미 그 자취마저 없어지고 현대아파트 72동 옆의 작은 표석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오늘 우리시대의 영상, 현직총리께서 사퇴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압구정 한명회와 반구정 황희정승의 역사가 떠오른다.

 

국가혼란유충신(國家昏亂有忠臣)이라고 나라가 어려울 때는 충신이 나온다했는데

주말마다 시청앞 광장에서는 세월호사태 시위 함성이 쏟아지고 청년오포시대다, 가계부채다, 전세난이다 등등 사방이 온통 지난(至難)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는 것을 보면 분명 국가는 혼란지경이라 할 수 있건만 고른다고 고르는 우리시대의 영상께서는 잔뜩 얻어터지고 치유불능 상태로 그로기가 되어 퇴장하기 일수다. 한두번도 아니고 번번이.......

이토록 국가는 혼란한데 충신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