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을 핲께 했던 동료들이 모임을 결성해서 만남을 지속한지 어언 40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모임이 그리 오래 지속된 것은 나름의 속내가 있었다
회비를 적립하고 그 돈으로 주식을 샀는데 그동안 장기보유는 화려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몇이 병원 신세를 지고 나더니 이제는 장기보유가 뭐 그리 대단한 미래보장을 하겠느냐고, 우리 미래가 남았으면 얼마나 남았겠느냐고 슬픈 이유를 대가며 차라리 지금 환금하여 단체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는 진보파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부 보수파는 그래도 우리모임을 이토록 오래 지속시켜준 힘이 주식이라는 공동자산의 보유였는데 그걸 팔아치우면 우리모임은 필시 흐지부지 깨어지고 말 것이다 라며 처분에 반대하여 언제부턴가 모일 때마다 갑론을박하다가 이제는 감정까지 상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돌아가며 맡게 되는 회장직인데 하필 그것이 내 차례였고 모일 때마다 양론주장이 격화되어 한참 시끄럽게 다투고는 모종의 조치를 요구하는 눈초리로 나를 채근하며 바라다본다
서로 격려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자는 모임인데 우리 모임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냐며 나는 내 주식지분을 포기하겠으니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자해도 이미 빼어든 칼, 칼집에 그냥 넣는 일은 물 건너 간 것 같았다.
모두가 화갑이 넘어 지혜롭게 살아가며 남 배려해야하는데 아무리 나이들어도 그건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기금이 있으면 모양있게 애경사 지원하겠지만 없으면 어떤가? 형편대로 도우면 될일, 움켜쥐고 좋은 세월 보내느니 함께 여행하며 그나마 다리 성성할때 좋은 추억 만드는 것도 필시 좋은 일이라는 개화진보파 의견도 일리가 있고
그래도 목돈 쥐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성의있게 모임에 나오고 그래야 그나마 여럿이 만나게 되고 혹여 갑자기 회원 중에 누군가 어려움 당할때 목돈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주식은 처분말자고 하는 충성보수파 의견도 일리가 있다
양쪽이 팽팽히 맞서며 나에게 결정을 구한다.
그래도 회전문 회장이랍시고 지혜를 짜낸다.
나름 고기양단(叩其兩端)의 지혜랍시고 내 놓은 졸책(拙策)
우리가 모임에서 만나 이런 일로 마음상하면 안 된다
양쪽 모두 옳은 이야기이고 상대의견을 우선 존중해야 한다
카톡일대일 개인방으로 개인의사 표명해 달라
① 주식팔아 나누어 갖자 1번 (그 다음 해외여행 계획세우고)
② 주식 그대로 보유하자 2번
누가 몇 번 찍었는지는 대한민국1급비밀
다수결로 정하고 이후로 주식이야기는 입도 뻥끗말기로~
카톡투표 접수결과 4대4
남은 건 내 차례
당초 보수파였지만 여행 가고픈 회원 배려차 개화진보파로 급선회.
어차피 해외여행 모두가 동반키는 어려울 터, 갈 사람만 가는 것.
그러나 가도록 도와야지 못 가게 말릴 이유는 없다. 그래도 모임은 잘 돌아갈 것이다.
국내파인 내가 해외여행 대열에 함께 합류하지 아니할찌라도 그들이 수긍할만한 이유는 충분히 만들 자신이 있다
우리같은 필부는 나이 들어도 하찮은 일로 다투고 정말 보잘 것 없는 일에 혈압을 올리며 핏대를 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떠들며 마시는 막걸리 맛도 무지 괜찮다
열명도 안되는 의견의 조정도 이토록 어려운데 수많은 민초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조정하는 나랏님의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또 괜한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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