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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할머니면서

운전하고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유모차(노인용)를 밀며 아주 느릿느릿 지나가자 아내가 한마디 한다. "좀 후닥닥 가시지 세월아, 내월아 하시네!" 손자녀석 지 할미 물끄러미 보더니 한마디 한다. "할머니도 할머니면서!" 아내가 뜨끔하여 손자녀석 바라보니 눈치 빠른 손자녀석 얼른 수습에 들어간다. "그래도 할머니는 젊은 할머니야!"

아버지, 어머니 합장

지금부터 13년전, 2009년 여름, 어머니를 생극추모공원에 모셨다.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이라 가족들이 모두 만족했었다. 그런데 하필 어머니 주위 동서남북 사방에 모신분들 유골함곁에 하나같이 소주병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고인들께서 생전에 약주를 즐겨하셔서 가족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시라고 곁에 넣어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낯선 곳에 모신 어머니곁에 자상하고 따뜻한 분들이 자리잡고 있으면 좋았을텐데 애주가(?)들이 사방에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라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었다. 그래서 생극추모원에 모시면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었다. "어머니, 낯선땅 객지에 모시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께서 유공자시니까 돌아가시면 호국원에 함께 모시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조금 참고 기다리시면 아버지와 함께 ..

폭포같은 마음으로 호수처럼 살다가 바다로 갔습니다.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요즘 통 입맛이 없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가끔 아이들이 와서 식사를 사주고 가는데 아이들에게 '맛있게 잘먹었다' 라고 말하지만 립서비스이지 사실은 맛을 잘 모른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나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시며 해주신 말씀이다. "그리고 음식 맛을 모르게 되니까 인생의 맛도 알수가 없게 되는거 같다. 살면서 크게 좋은 일도 없고 슬픈 일도 없어지고 감정이 점점 메말라가는거 같다. 지금 죽는다해도 그리 한스러울 일도 없고 살아 있어도 그리 신이 날 일도 없으니 사나 죽으나 그저 그거 같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시며 방금 립서비스라고 이야기 들은 나에게도 또 그렇게 "식사 맛있게 잘 먹었다" 라고 하신다. 아버지 말씀이 단지 나에 대한 '립서비스인가 아닌가' 혼란스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