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동료의 부탁으로 그의 자식혼사 주례를 맡게 되었다.
요즘은 주례 없이 가족끼리 하는 것이 대세라며 굳이 사양했지만 꼭 맡아 달라고 한다.
아무리 애비지만 혼인 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살피고 또 존중하는 것이 어떠냐고 완곡하게 사양했지만 이미 부탁은 끝난 일 아니냐고 생각하는지 막무가내였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례를 몇 번 했는데 끝나면 늘 ‘다음엔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나중 정작 부탁 받을 때는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부탁하는 사람 입장 생각한다는 핑계를 합리화의 도구로 삼으며 또 나서곤 한다.
그러나 몇 번 주례를 하게 되면서 결혼식 하객으로서의 내 자세가 좋은 방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잇점도 있다.
우선 주례사를 경청한다.
예전 주례단상에 서기 전에는 나도 주례사가 길면 불평하고 아예 결혼식 시작과 동시에 우인들과 식당으로 향해 주례사를 아예 도외시하곤 했었는데 정작 자신이 주례사 몇 차례 하고부터는 남의 주례사를 열심히 듣게 되었다.
그리고 경청을 하니 내용이 새삼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과 비교를 하며 벤치마킹도 한다.
세상사 매양 그렇듯이 애정을 가지고 대하니 예전과 달리보이고 또 좋아지는 것을 새삼 느끼며 배우게 된다.
나의 주례사 내용 속에는 내가 하지 못하고 있는, 그래서 꼭 남을 통해서라도 실현하고픈 한 가지를 주문한다.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오 소인반시)라고
소인배 되지 말고 군자처럼 살라고 주문하는데
“군자는 나보다는 남이 잘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잘 안 되는 것을 미워한다. 소인배는 그 반대로 자기 잘되는 것만 좋아하며 살아간다”
“신혼 첫날 밤 남을 위해 작은 목표를 세워라
부부가 함께 매달 수입의 1/100 만이라도 떼내어 아프리카 빈민에게 보내주는 것도 좋다.
아니면 부부가 함께 매달 한 번씩 시간을 내어 장애인을 돕거나 외로운 노인을 도와주는 일도 좋다.
어떤 종류의 일이던지 군자의 마음을 가지고 부부가 남을 위한 일을 함께 추진할 때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소인배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남이냐 어떻든 둘이서만 알콩달콩 잘살고자 할 때 결국은 다투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내 앞가림도 만만찮은 세상살이 이웃을 도와가며 사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그리고 자신도 그리 살지 못하고 있건만 주례라는 입장으로 주례사속에 그 내용 넣어서라도 권면하고 싶어 내 주례사 속에는 늘 그 내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런 가당찮은 위로를 하며 자신을 합리화 한다
“남 가르치는 대로 모두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 몇이나 될까?
또 가르침 받은 대로 꼬박꼬박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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