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作談論/하루 또하루

• 빵과 서커스

아치울잡초 2016. 2. 1. 18:04



로마 제국 초창기에 유베날리스라고 하는 풍자시인이 있었다.

생애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래도 그의 풍자시 십수편은 당대에 상당히 널리 읽히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출처가 유베날리스의 풍자시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에 회자되는 문구중에 하나가 빵과 서커스라고 한다.

시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값싼 식량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포퓰리즘 법안을 만들던 정치가들을 풍자하기 위해 그 문구를 사용했었는데 로마인들 사이에서 도덕적 기강이 타락하던 사실에 대한 개탄이 깔려 있는 표현이지만 이제는 비슷한 현상을 지칭하는 보편적인 어휘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보통 이 말은 눈가림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러나 실제 유베날리스가 풍자한 대상은 대중이었다고 한다.

공공사업이나 정책의 탁월성을 도외시하고 즉물적이고 얕은 즐거움으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정치가들에게 현혹되는 대중의 몽매함에 대한 경멸이 빵과 서커스에 집약되었다는 것이다. 평민들은 그렇게 이기적이며 그들은 더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정치인들이 민초들의 표를 얻기 위해 빵과 서커스를 남발할 것이다.

선거철이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민초들은 즉물적인 빵과 잔재미 넘치는 서커스만 보여주면 환호할 것이고

위정자들은 도덕적 기강의 타락이야 관심 밖이고 점차 이성을 잃어가게 되는 민초들의 몽매함을 바라보며 안도할 것이다.

TV예능이 대세라는 슬로건 내걸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국민 요리사 만들기 프로젝트로 하루종인 요리프로만 돌려대면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대다수 여인네들이 TV속 철모르는 어린아이들 재롱에 빠져들어 정치하는 놈들 다 똑같지 뭐 !’하는 냉소적인 어투나 날리는 모습을 보며 위정자는 또 한번 그들이 의도한대로 흘러간다고 축배를 들 것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민초들은 잠시만 상전에서 본래 하인으로 되돌려지고 퍽퍽하고 서글픈 민초들의 삶은 또 그들과 유리되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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